[스포츠경기]천안모래판 '골리앗 천하'

  • 입력 2001년 9월 9일 18시 28분


김영현이 흩날리는 꽃가루 속에서 환호하고 있다. 뒤는 김경수[사진제공:스포츠프레스]
김영현이 흩날리는 꽃가루 속에서 환호하고 있다. 뒤는 김경수[사진제공:스포츠프레스]
LG투자증권 씨름단의 이준희 감독은 자신이 지도하는 선수들에 대한 평가를 아끼는 편. 그러나 이 감독은 이번 천안장사대회를 앞두고는 “여름동안 우리팀에서 가장 훈련량이 많았던 선수가 김영현”이라며 “다른 선수들은 크고 작은 부상으로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김영현만은 탈없이 훈련을 마쳤다”고 ‘이례적으로’ 강조했다.

그만큼 김영현에 대한 기대가 컸다는 증거. 이 감독의 바람대로 ‘골리앗’ 김영현(LG)은 여름내내 흘린 땀의 고통을 천안에서 보상받았다.

9일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천안장사씨름대회 지역장사 결정전 결승에서 김영현이 팀선배인 ‘들소’ 김경수를 3-0으로 완파하고 우승했다. 이틀 전 백두장사에 오른 데 이어 이번 대회 2개의 타이틀을 모두 차지한 것. 백두장사 결정전에서 이태현(현대중공업)을 거칠게 몰아붙여 팬의 따가운 눈총을 받았던 것과는 달리 이날 김영현은 결승전 세 판을 모두 ‘얌전하게’ 따냈다.

김경수의 키는 1m87로 씨름선수로는 큰 축에 들지만 2m17인 김영현과는 무려 30㎝ 차. 승부는 바로 ‘키 싸움’에서 갈렸다.

신장의 차이를 의식한 김경수는 첫 번째 판부터 장기인 들배지기 대신 김영현의 측면으로 파고들어 안다리로 공격해 들어갔다. 하지만 김경수의 공격을 간파한 김영현이 되치기로 김경수를 모래판에 뿌렸다. 두 번째 판과 세 번째 판 역시 마찬가지. 김경수는 상대를 들기보다는 김영현의 측면으로 돌아 들어가 중심을 무너뜨리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김영현이 두 판 모두 긴 팔을 이용한 밀어치기로 김경수를 잇따라 모래판에 누였다.

김영현과의 백두급 결승에서 장외로 추락하면서 부상한 이태현은 이날 8강에서 기권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전날 벌어진 한라급에서는 조범재(신창건설)가 우승, 광양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한라봉을 정복했다.<주성원기자>

swon@donga.com

▽천안장사 순위〓①김영현 ②김경수(이상 LG) ③신봉민(현대) ④황규연(신창) ⑤염원준(LG) ⑥원종수(신창) ⑦강성찬(LG) ⑧이태현(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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