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준우승을 차지한 현대 하이페리온 농구단이 길거리로 나앉게 됐다.
실업 시절부터 현대 선수들의 땀과 눈물이 배어 있는 서울 청운동 현대체육관의 소유자인 현대산업개발측이 올 초 신세계와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14일 체육관을 비워주기로 했기 때문. 현대 선수들로선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한데 이어 체육관마저도 빼앗기는(?) 이중의 악연을 당하게 된 셈이다.
현대 선수들은 올 여름리그를 끝으로 체육관을 비워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모기업 현대건설의 내부 사정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여서 자신들을 더 이상 도와줄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던 선수들과 구단 관계자들은 그래서 이번 대회 우승에 전부를 걸었다. 우승만이 팀을 존속시킬 수 있는 보증수표라고 믿었기 때문. 농구단에 큰 애정을 갖고 있던 김윤규 전 구단주(현 현대아산 사장)도 팀이 우승할 경우 선수들과 함께 우승컵을 안고 그룹 내 모 계열사를 찾아가 팀을 맡아 달라고 간청할 계획까지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팀의 패배로 이런 계획은 모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김상호기자>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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