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는 유럽이나 남미와 마찬가지로 2002년 월드컵축구 본선 때 우리와 한조에 편성될 가능성이 높다. 숙원인 사상 첫 16강 진출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13일 나이지리아전을 앞두고 한국축구의 ‘색깔’을 생각해본다. 유감스럽지만 거스 히딩크 감독이 한국축구의 지휘봉을 잡은 이후 아직까지 뚜렷한 자신의 축구 색깔이나 전술 패턴을 못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지피지기(知皮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란 말이 있듯 이제는 우리의 장단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상대에 따른 전술 패턴을 확립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유럽과 달리 아프리카는 개인 기술이 좋은 대신 볼을 오래 끄는 단점을 갖고 있다. 한국의 전술 운용도 이런 면에서 유럽을 상대로 할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미드필드에서부터 선수들이 협력해가며 강한 압박을 가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상대가 개인기가 뛰어난 만큼 조직적인 협력 플레이로 예봉을 차단하는 동시에 강한 압박으로 맞서다보면 의외로 허술한 구석을 많이 발견할 수 있다는 뜻이다. 스피드와 체력이 뛰어난 한국축구가 전통적으로 유럽에 비해 남미나 아프리카에 강한 면모를 보인 것도 바로 이런 면에서 강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대표팀은 플레이메이커를 두지 않고 있다. 마땅한 적임자가 없기 때문이라는데 이에 공감한다. 경기 전체를 조율할 중원 사령탑이 없다는 점이 아쉽기는 하지만 대신 탄탄한 조직력을 앞세운 소위 ‘토털 사커’를 앞세워 치밀한 전술을 마련한다면 약점을 상쇄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에 방한한 나이지리아 대표팀 전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보도가 있지만 약팀을 상대로 해서라도 우리가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 히딩크 감독이 이번에는 어떤 전술로 나이지리아를 요리할지 지켜볼 일이다.
<허정무 본보 축구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