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시티즌의 미드필더 한정국(30·사진).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대표에 이어 94년 히로시마 아시아경기대회 대표 등 이전의 화려한 경력에는 걸맞지 않는 듯한 대우였지만 한정국은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기쁨에 앞뒤 볼 것 없이 스파이크 끈을 묶었다.
그리고 다시 선 그라운드. 한정국은 후배들과 호흡을 맞춰 전성기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한정국은 7월말 대전에 합류한 이후 9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 중. 하지만 기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정국이 공수 양면에서 ‘대전의 조율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는 점이다.
94년 천안 일화(현 성남 일화)에 입단해 94, 95년 천안의 연속 우승에 한몫을 하며 두각을 나타냈던 한정국의 축구 인생은 상무에 입대하면서 내리막길로 향했다. 프로에 복귀한 뒤 자리를 잡지 못하다 99년 전남드래곤즈로 트레이드됐다. 전남에서도 발목 부상 등으로 고생하며 이렇다할 활약을 보이지 못한 채 올 초 전남의 재계약 포기로 ‘잊혀진 선수’가 되고 말았다.
한정국은 한때 선수 생활을 접을 생각을 했으나 축구에 대한 미련은 그를 그라운드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일본과 독일팀의 입단 테스트를 받을 계획으로 혼자 훈련에 열중하던 중 한정국은 올 7월 대전 이태호 감독의 부름을 받았다. 미드필더 이관우의 부상을 메워줄 마땅한 선수가 필요했던 것. 다시 주어진 기회를 움켜잡은 한정국은 대전의 주전 멤버로 자리를 굳혔다.
한정국은 “다시 뛰게 된 마당에 연봉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팬에게 다시 인정받는 선수가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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