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이경수 어디로…" 코트 초긴장

  • 입력 2001년 9월 27일 18시 37분


배구코트에 초대형 ‘태풍’ 경계령이 내렸다. 이름은 ‘이경수 태풍’으로 96년 몰아쳤던 ‘신진식 태풍’에 버금가는 폭발적인 위력을 갖고 있다.

이유는 우선 96년도와 같이 이번 태풍의 진로에 따라 국내 남자배구의 판도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

96년 신진식을 스카우트한 삼성화재는 신진식과 김세진의 쌍포를 앞세워 슈퍼리그 5연패 등 국내 남자배구를 평정하고 있다. 반면 국내 배구 정상을 달리던 현대자동차는 스카우트전에서 패배한 후유증이 이어지며 2인자로 내려앉았다.

그렇다면 이경수는? 한양대 졸업반인 이경수 또한 신진식처럼 팀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 배구인들의 공통된 의견. 국가대표팀에서 신진식과 왼쪽 공격을 양분하고 있는 한국 배구 거포계보의 ‘적자’인 이경수는 스파이크 최고 속도가 105㎞로 신진식과 함께 국내 최고를 자랑한다. 지난해 대학연맹전에서는 한 경기에 무려 53득점을 올려 이 부분 국내 기록을 갈아치우기도 했다.

또 현대 배구의 흐름인 스파이크 서브도 신진식과 국내 정상을 다툰다. 여기에 신진식보다는 12㎝가 더 큰 2m의 장신으로 높은 블로킹벽을 갖고 있는 데다 수비력까지 뛰어나 한마디로 공격수로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는 것.

96년 신진식의 경우 졸업직전 본인도 현대자동차에 입단할 것을 거듭 천명했으나 결과는 신생팀 삼성화재의 막판 역전승으로 끝났다.

하지만 이경수의 경우 2파전이었던 신진식과는 달리 실업 4팀의 이해가 얽혀있어 더욱 복잡하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쪽은 현대자동차팀을 인수한 현대캐피탈. 현대캐피탈은 슈퍼리그 성적 역순에 따라 대학졸업예정 선수를 지명하는 현행 드래프트제 대신 자유계약제로 선발제도를 변경해줄 것을 협회에 요구할 방침이다.

현대캐피탈 측은 “배구의 인기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특정 팀의 독주를 막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이경수가 우리 팀에 입단해 전력의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삼성화재도 “드래프트제가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만약 자유계약제가 된다면 결코 이경수 진로에 대해 손놓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LG화재 역시 “현대캐피탈의 요구대로 자유계약제가 된다면 우리도 모든 방법을 동원해 이경수를 잡을 것”이라며 전의를 다지고 있다.

하지만 현행 드래프트제가 유지될 경우 1순위 지명권을 갖고 있는 대한항공은 자유계약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대한항공은 돈싸움이 재현될 수밖에 없는 자유계약제가 된다면 팀해체도 불사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태풍의 눈인 이경수는 최근 자유계약제가 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자유계약제가 되더라도 삼성화재로는 가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신진식의 경우에서 이미 봤듯이 본인 스스로도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는 것이 중론.

한편 대한배구협회는 다음달 5일까지 선수선발제도에 대한 각 실업팀의 의견을 받은 뒤 이사회를 통해 최종안을 결정할 방침이다.

<이현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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