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중국인들이 소리높여 찬양할 주인공은 바로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이다. 그는 도전 의식이 강한 특별한 사람이다. 중국은 ‘밀루’(밀루티노비치감독의 중국내 애칭)가 월드컵 본선으로 이끈 다섯번째 나라가 된다.
그는 86년 멕시코, 90년 코스타리카, 94년 미국, 98년 나이지리아를 이끌었다.
밀루는 독특하다. 유고 베오그라드에서 태어난 그는 축구 선수인 3형제중 막내다. 그를 비롯한 3형제는 2차세계대전 막바지인 1944년 부모가 모두 살해당하면서 고아가 됐다. 밀루는 당시 아기에 불과했는데 어린 시절 먹고살기 위해선지 기지가 남달랐다.
그는 이제 축구감독이 돼 형제들과 떨어져 산다. 특히 대륙을 건너 전혀 다른 문화에서 일하고 있다.하지만 그는 현지 언어나 풍습을 배우기 위해 시간을 투자하는 법이 없다. “축구가 세계공통어다. 내가 선수들에게 무얼 해야 할지 보여주면 됐지 말할 필요는 없다”는게 그가 대는 핑게다.
▼연재모음▼ |
예측 불허의 ‘축구드라마’ |
밀루는 자기 주장이 확실한 사람이다. 그는 중국과 계약을 맺을 때 중국을 월드컵 본선에 못올리면 만리장성에서 뛰어내리겠다고 공언했다.
그의 성격을 그대로 나타내는 말이다. 그는 머리카락을 빗질할 때와 마찬가지로 앞을 향해 쭉쭉 내뻗는 방식으로 삶을 꾸린다. 그는 축구에 죽고사는 멕시코에서 일부러 그 나라 말을 배워 팀을 적어도 4강까지는 이끌겠다고 약속했고 약속은 정확히 지켰다.
코스타리카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그는 본선 90일을 앞둔 시점에 팀을 맡았다. 그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선수들에게 낙관적인 생각을 불러일으키는 것 밖에 없었다. 그는 선수들에게 모든 난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그들은 난적 스코틀랜드와 스웨덴에 예상치 못했던 승리를 거두며 16강에 올랐다.
밀루는 미국으로 옮겨갔다. 미국은 어떤 면에서 가장 낯선 도전이었다. 미국은 이전도, 지금도 축구와는 거리가 먼 나라다. 미국은 이기기를 좋아하고 또 미국외 다른 나라에서 그다지 하지않는 야구나 슈퍼볼에서는 손쉽게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이 떠돌이 유고인은 미국인들에게 축구에 관한한 당신들이 할 수 있는 한도까지만 이끌겠다고 엄포를 놨다.
결국 미국은 브라질을 만날 때까지 살아남았다. 브라질에게 조차도 0-1, 한골차로 패했을 뿐이었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빌 클린턴 역시 감독과 팀에게 축전을 보내 “아내 힐러리와 딸 첼시, 그리고 나까지 온 식구가 모여 앉아 경기를 지켜봤고 자부심을 느낀다”고 축하했다.
밀루는 98년 프랑스월드컵에서 나이지리아대표팀 사령탑에 올랐다. 군사 정권에 의한 정치가 나이지리아를 옭죄었지만 밀루는 선수들을 달래 한 방향으로 플레이 할 수 있도록 유도했다.
이제 그는 중국에서 삶의 새로운 장을 맞고 있다. 지역 예선 기간동안 중국 언론은 그나 그의 축구 전술, 그가 요구하는 방식 등에 비판적이었다. 밀루는 한순간 웃다가도 뒤돌아서면 눈에 보이는 아무에게나 화를 벌컥내는 변덕스러운 사람이다. 그러나 그는 볼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와 마찬가지로 인생의 펀치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잘 안다.
는 그가 “내가 맡은 선수들은 기술적으로 어느 누구 못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지금까지맡은 5개국 언어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멕시코는 물론 코스타리카나 미국 나이지리아 그리고 이제 중국에서도 그는 선수들이 부족한 것은 경험뿐이라고 강조한다.
아뭏든 축구 전도사이자 사람좋은 밀루가 여러분 앞으로 가고 있다. 그의 팀은 일요일 선양에서 6만 홈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오만에만 이기면 된다. 그러면 그는 일단 중국에 약속한 모든 것을 성취한다. 중국은 이기고 있고 비판가들은 꿀먹은 벙어리가 됐다. 아울러 밀루는 낙하산이 필요없게 됐다. 물론 밀루는 만리장성에서 뛰어내리더라도 두 발로 안전하게 착지할 것이다. 그게 그의 습관이다.
랍 휴스/잉글랜드 축구컬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