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야구 귀족' 본즈…아버지 올스타 5번 뽑혀

  • 입력 2001년 10월 5일 18시 36분


베이브 루스의 환생으로 일컬어진 ‘백인의 우상’ 마크 맥과이어(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98년 70홈런 신기록을 세웠을 때 미국인들의 열광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아직 3경기를 남겨둔 5일 현재 ‘불멸의 기록’에 타이를 이룬 배리 본즈의 블랙 파워를 지켜본 그들의 반응은 뜻밖에도 담담했다. 지난달 중순까지만 해도 올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는 루이스 곤살레스(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라는 딴지를 걸었던 언론이 본즈에게 무게를 실어주기 시작했다는 게 고작이었다.

본즈가 이처럼 언론과 팬의 외면을 당한 것은 아직도 은연중 남아 있는 미국 사회의 인종차별도 있겠지만 ‘야구 귀족’으로 불리는 본즈의 철저한 개인주의가 가장 큰 원인이었다는 평가. 어릴 때 아버지 바비의 손을 잡고 야구장을 찾았던 배리본즈는 역사상 최고의 외야수로 손꼽히는 윌리 메이스 같은 대스타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야구의 꿈을 키웠다.

아버지 바비는 아들 본즈와 마찬가지로 60년대 샌프란시스코에서 통산 332홈런을 기록하며 올스타에 5차례나 선정됐던 호타준족의 원조. 본즈의 외삼촌은 국내 선수들조차 그의 등번호인 44번을 달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던 레지 잭슨이었다.

야구 명문인 애리조나 주립대를 졸업한 본즈 자신도 86년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1차 지명된 뒤 데뷔 첫해부터 단 한번의 시련도 없이 메이저리그에 무혈입성했다. 그러나 이런 환경 탓이었을까. 지나친 엘리트 의식에 사로잡힌 본즈는 언론과 팬을 비정상적으로 기피했고 팀동료와도 잦은 불화를 일으켰다. 이런 그에게 “샌프란시스코는 2개의 팀이 있는데 본즈와 나머지 24명이다”는 치명적인 칼럼이 나오기도 했다. 오죽했으면 96년 본즈가 호세 칸세코(88년)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42홈런-40도루의 대기록을 세웠을 때도 MVP의 영광은 그보다 훨씬 성적이 떨어진 캔 케미니티(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게 돌아갔을까.

그러나 이런 본즈에게도 본받을 만한 점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49홈런을 친게 최고기록인 대표적인 ‘컨택트 히터’였지만 각고의 노력으로 37세의 고령에 미국을 대표하는 슬러거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 그를 애써 외면했던 팬들도 본즈가 마침내 70홈런 고지에 오르자 뒤늦게나마 그에 대한 재평가를 내리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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