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까지 두산의 간판타자였다가 올해 현대로 트레이드된 심정수가 3구삼진으로 아웃당하면서 수원구장의 분위기는 싸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현대의 저력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5번 이숭용이 두산 투수 박명환과의 싸움에서 풀카운트 접전 끝에 밀어내기 볼넷으로 천금같은 동점을 이룬 게 역전의 신호탄.
다급해진 두산이 마무리 진필중을 마운드에 올리자 현대 박경완은 가운데 담장을 원바운드로 맞히는 통렬한 3타점짜리 ‘싹쓸이’ 역전 2루타를 터뜨렸다. 순식간에 점수차가 4-1로 벌어진 치명적인 한방.
이명수는 다시 1루와 2루 사이를 빠지는 쐐기 1타점 안타를 뽑아내 두산의 추격의지를 꺾어놨다.
두산은 8회 유격수 홍원기의 실책으로 벌어진 이 모든 일이 믿기지 않는 표정이었다.
현대가 12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두산을 5-1로 꺾고 한국시리즈 진출의 ‘8부능선’을 넘었다.
역대 플레이오프 17차례에서 1차전을 이긴 팀이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경우는 14번으로 확률 0.824.
이날 경기는 중반까지 팽팽한 투수전이었다. 올해 정규시즌에서 상대전적 7점대 평균자책을 기록한 양팀 선발 임선동(현대)과 구자운(두산)은 역투를 거듭하며 투수전을 전개해 나갔다.
구자운은 직구위주의 과감한 피칭으로 5와 3분의2이닝 동안 3안타 무실점으로 현대타선을 완벽히 틀어막았고 임선동은 7회까지 7안타를 맞으면서도 연타를 피해가는 노련함으로 두산을 1실점으로 묶어놨다.
먼저 선취점을 얻은 것은 두산. 두산은 2회 김동주와 안경현의 연속안타로 맞은 1사 1, 2루에서 홍성흔의 왼쪽안타로 1점을 뽑아냈다.
이후 투수전을 펼치던 양팀은 8회 두산의 실책을 등에 업은 현대 타선의 폭발로 균형이 무너졌다.
두산은 올 시즌 어깨를 다쳤던 선발 구자운의 어깨를 보호하기 위해 6회 투구수 100개가 되자 어쩔 수 없이 강판해야 했던 게 아쉬운 대목이었다.
<수원〓김상수·김종석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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