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나 챔피언 먹었어!'의 홍수환과 '아줌마 퍼머'의 주인공 장정구.
한시대를 풍미한 프로복싱 선수들이자 국민들에게 희망을 안겨다 준 장본인들이다.
국내 프로스포츠를 이끌어왔던 프로복싱은 이젠 프로야구, 프로축구, 프로농구 등에 그 자리를 내주며 서서히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현재 국내 프로복싱을 대표하고 있는 선수는 유일한 세계챔피언 최요삼(29).
그 역시 시대의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아쉬움을 남긴 체 일본 땅으로 그 활동무대를 옮기게 됐다.
최근 대리인을 통해 일본 도쿄의 도카시키체육관과 전속계약에 합의한 최요삼은 2000만엔(2억원)의 거약을 받고 이영래 트레이너의 동행, 아파트와 훈련비 지급 등을 놓고 세부 검토에 들어갔다.
최요삼이 국내를 떠나게 됨으로써 한국에서 세계 챔피언의 모습은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국적이야 한국인이지만 활동무대가 일본으로 변했기 때문에 앞으로의 타이틀전 역시 일본땅이나 제 3국에서 치러질 예정.
최요삼이 국내 활동을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갈 수 밖에 없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돈.
소속사인 비바프로모션이 극심한 자금난으로 인해 방어전을 치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지고 WBC로부터 온갖 수모(타이틀 박탈과 구제)를 당한 뒤 척박한 국내 프로복싱계를 원망하며
현해탄을 건너게 됐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국민들 중 국내 프로복싱의 유일한 챔피언이 최요삼이란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태반이다.
프로야구, 프로축구에도 관심이 모자란 상황에 프로복싱까지 신경쓸 여유가 없다.
분명한 사실은 최요삼이라는 국내 유일한 챔피언을 국외로 보낸 것은 바로 우리들 자신이란 점이다.
국내 프로모션이 어렵게 타이틀전을 진행하려해도 마땅한 스폰서를 구할 수 없었다.
이유는 스폰서 입장에서 팬들의 관심이 몰리지 않는 경기에 애꿎은 돈을 낭비하기 싫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관중수입이 많은 것도 아니고, 방송 중계권료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니 어떤 기업이 스폰서로 나서겠는가?
프로야구 선수를 일본으로 진출시키고 프로축구 선수를 유럽으로 진출시키는 것은 여러모에서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최요삼의 일본행은 서러운 일이 분명하다.
1년 운영비가 수십억이 들어가는 단체팀을 운영하는 것도 아니라 약소한 금액만으로도 충분히 자존심을 지켜갈 수 있었는데 힘없이 챔피언을 국외로 보내버린 우리의 현실.
더욱 비참한 것은 외국에 나가 열심히 활동해주길 바랄뿐 달리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는 사실이다.
[제공:http://www.entersport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