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안양 LG의 ‘신세대 기수’ 최태욱(20·사진)은 자신이 ‘오른발잡이’로 타고났음을 강조했다. 물론 초등학교 시절부터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고 공을 차는 훈련을 해온 그에게 어느 쪽 발로 센터링을 올리느냐 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법도 하다. 그러나 적어도 상대 왼쪽 진영을 파고들어 왼발로 패스를 넘기는 ‘왼쪽 윙백’은 그에게 생소한 포지션이다.
최태욱은 부평고와 청소년대표팀에서 줄곧 스트라이커로 뛰었고 ‘히딩크 사단’에 합류해서는 연습경기에서 ‘처진 스트라이커’ 역할을 소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속팀 안양에서 최근 최태욱은 왼쪽 윙백으로 자리를 굳혔다.
17일 수원 삼성과의 원정경기. 전반 16분 쏜살같이 수원 진영 왼쪽을 파고든 최태욱은 골라인 근처에서 히카르도에게 절묘한 센터링을 올렸다. 수원의 ‘날쌘돌이’ 서정원이 끝까지 뒤를 쫓았지만 최태욱이 한 발 빨랐다. 100m를 11초7에 끊는 그의 스피드는 일단 뚫리면 웬만한 수비수들은 따라갈 엄두도 내지 못하는 데다 “프로에 들어선 이후 수비 실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는 칭찬도 따라다닌다. 윙백으로는 단연 적임자인 셈.
“골 넣고 싶은 욕심이 왜 없겠어요. 그래도 팀에서 필요한 포지션에서 뛰어야죠. 사실 윙백도 마음에 들어요.”
‘득점’에서 ‘도움’으로 역할이 바뀐 최태욱은 18일 “좋은 경험을 해가는 중”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고교 시절과 달리 프로에는 상대에 구멍이 없는 것 같다”며 어려움을 호소하던 최태욱은 요즘은 “경기를 풀어나가는 여유가 생겼다”고 자신한다. 경기를 치를 때마다 ‘눈을 씻고 다시 봐야하는’ 그의 성장 속도가 놀랍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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