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열리는 2001동아경주오픈마라톤에 출전하는 포항마라톤클럽 훈련부장 배국창씨(30·동양석판주식회사). 그는 한때 마라톤에 대한 ‘한’을 가지고 있었다. 배씨는 학창시절 마라토너를 꿈꾸던 장거리 선수. 그러나 고교 3학년 때 오른쪽 무릎과 아킬레스건에 큰 부상을 당해 운동선수로는 ‘사망선고’를 받고 꿈을 접어야 했다.
마라톤에 대한 미련 때문에 후배들과 계속 훈련해 91년 동아마라톤 풀코스에 출전해 2시간38분대를 뛰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무릎과 발목에 통증이 와 더 이상 훈련을 할 수가 없었던 것. 92년 군에 입대한 뒤 각종 군체육대회 마라톤에 출전해 우승을 하기도 했지만 마라톤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97년 다시 마라톤을 시작하게 됐다. ‘프로’선수의 꿈은 깨졌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는 마라톤에 대한 미련을 떨쳐낼 수 없었던 것. 그래서 순수 아마추어 마라토너로 남겠다는 생각으로 다시 뛰기 시작했다.
무릎 상태가 좋지 않아 강훈련을 할 수 없어 천천히 즐기는 수준으로만 달리고 있다. 선수생활을 해서인지 천천히 뛰어도 아마추어 중에선 기록이 좋다. 지난해 동아서울마라톤에서는 2시간59분00초를 기록했다.
몸상태 때문에 스피드를 낼 수 없어 요즘은 천천히 오래 달리는 울트라마라톤을 준비하고 있다. 이번 동아오픈마라톤에서도 하프코스에 출전한다.
배씨는 “선수 땐 꼭 이겨야 한다는 마음이 앞섰지만 요즘엔 나 자신과의 싸움에 더 매력을 느낀다”며 “인생의 묘미를 마라톤에서 흠뻑 맛보고 있다”고 말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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