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5월 12일 안산종합운동장 특설자동차경주장. 수십대의 경주용 자동차가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황톳길을 질주하고 있었다. 자동차경주에서 선수들에게 각종 지시를 내리는 데 사용되는 깃발은 아예 없었다. 관중석과 경주장 트랙을 구분시켜주는 것은 쌓아둔 폐타이어 정도. 아뿔싸. 코너에서 추월경쟁을 벌이던 경주차가 그대로 관중석으로 돌진, 10여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장면 2.
21일 용인 삼성에버랜드 스피드웨이. 과거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성능이 뛰어난 레이싱카들이 반듯하게 닦인 전용서킷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경기 중 진행요원이 트랙으로 뛰어들어와 달리는 경주차를 정지시켰다. 자칫하면 인명사고가 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일. 게다가 사고가 발생해 안전유도차가 들어왔는데 뒤쪽에선녹색 스타트 신호가 떨어져 아무것도 모르는 선수들은 목숨을 내걸고 전력질주를 하기도 했다.
변치 않는 국내 카레이싱계의 안전불감증의 단면이다. 한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너무 무섭다. 내가 왜 여기서 차를 몰아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분노를 터뜨렸다.
위험성이 많은 만큼 각종 안전조치가 가장 우선시되는 자동차경주에서 기본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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