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전평]김응룡 감독뭐에 홀렸나

  • 입력 2001년 10월 25일 22시 13분


이를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2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4차전은 10년에 한번 나오기 힘든 경기였다.

0-2로 뒤진 2회 삼성이 한국시리즈 1이닝 최다득점인 8점을 뽑았을 때 분위기는 당연히 삼성쪽으로 흐르는 게 정상. 하지만 두산은 그야말로 신들린듯한 방망이로 3회 김동주의 만루홈런 포함, 7개의 안타를 폭죽처럼 터뜨리며 12점을 뽑아 단숨에 경기를 뒤집어버렸다.

삼성 마운드에선 나가는 투수마다 모두 안타를 맞았고 두산 타자들은 미친 듯이 방망이를 휘둘러 댔다.

하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삼성 김응룡감독의 투수운용에서 반복되는 무리수 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김감독이 해태(현 기아) 시절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낼 때 구원투수진엔 왼손 김정수와 오른손 선동렬이라는 양날개 가 있었다. 이들은 김감독이 어떤 상황에서 기용해도 제 몫을 충분히 해낸 최고의 투수들.

김감독이 올해 한국시리즈에서 이 역할을 해낼 투수들로 점찍은 선수는 배영수와 마무리 김진웅. 배영수는 김정수처럼 선발과 중간을 오가는 전천후 로, 김진웅에겐 경기를 마무리짓는 선동렬의 역할을 맡겼다.

하지만 시대는 변했고 이 둘은 한국시리즈에서 김정수와 선동렬로 불리기엔 미흡했다. 2차전에서 이미 두명의 기용에서 실패를 맛본 김응룡감독. 그는 4차전에선 마무리 김진웅을 2회부터 몸풀게 하더니 3회에 등판시키는 초강수 를 뒀다. 하지만 김진웅은 난타당하며 강판됐다. 감독이 흥분하고 흔들리면 선수들도 흔들리기 마련이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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