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대회표정]78세 할아버지 2년연속 10km 완주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9시 05분


배정학옹
○…이날 대회 참가자들은 레이스 직전까지 가을 비가 계속 내리자 초조한 모습이 역력.그러나 출발 직전 빗줄기가 줄어들면서 햇살이 구름사이를 비집고 비추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울리며 출발선으로 모여 더욱 환한 모습으로 레이스에 들어갔다.

○…“우린 에어로빅으로 몸을 풀어요.” 대회 출발전 삼성캐피탈 북부산지점에서 단체로 참가한30여명은 노란티셔츠를 차려입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으로 스트레칭을 대신해 눈길을 끌어. 몸을 푸는 동안 캠코더 2대를 동원해 촬영을 하는 듯 자체 취재열기도 높았다.

○…1만5000여 인파가 몰렸지만 대회 주행사장인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기광장엔 쓰레기를 보기 힘들정도여서 대회 진행측이 안도. 궂은 날씨로 간이용 비닐비옷이 대량 배포됐으나 대회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비옷을 한곳에 모아 주최측에 전달하는 등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였다.

○…일부 봉사단체 회원들이 대회장에서도 불우이옷돕기 기금 마련을 위한 바자회를 열어 눈길. 지난해 6월 결성된 경주 에밀레 라이온스클럽(회장 이영희·회원 45명)은 대회가 열린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국기광장 입구에서 오전 8시부터 심장병 어린이 등 불우이웃돕기를 위한 바자회를 개최. 여성들로만 구성된 에밀레 라이온스클럽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경주지역의 혼자 사는 노인과 소년 소녀가장들에게 김치 등 밑반찬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역시 귀신잡는 해병’. 이날 해병대 1사단 김태은 중령(42) 등 사병 100명이 풀코스에 출전해 눈길. 마라톤 풀코스는 체계적인 훈련을 받지 못하면 완주가 불가능한 스포츠. 그런데 해병대의 지옥훈련과 평상시 구보로 다져진 강인한 체력으로 모두 완주해낸 것. 뛰기 전에 “군인정신만 잃지 않는다면 완주는 문제 없다”고 말했던 김용진 상병(21)은 “대한민국 해병의 자존심을 지켜 기쁘다”며 환한 웃음.

○…이번 대회 참가자중 최고령인 배정학옹(78.경주시 건천읍 모량리)이 2년 연속 10㎞를 완주해 결승선에서 지켜보던 참가가족들의 갈채를 받았다. 배옹은 “지난해엔 1시간10분에 뛰었는데 올해는 훨씬 뒤졌네”라며 아쉬워했다. 이번으로 동아마라톤 10㎞만 5번째. 올 기록은 1시간19분03초.

○…동아경주마라톤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는 전용찬 경북지방경찰청장도 이날 5km코스에 참여해 완주. 평소의 체력관리로 10km정도는 뛸 수 있다는 전 청장은 “오늘 동아마라톤은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시민들의 질서의식을 시험해보는 계기였다”며 “궂은 날씨에도 행사가 질서롭게 진행돼 시민들의 의식이 상당히 높아졌음을 실감했다”고 언급.

○…동국대 경주캠퍼스 학생과 경주대 학생으로 구성된 자원봉사단은 아침에 비가 내리자 급히 비옷을 마련한뒤 물품보관, 급수대 등 맡은 임무에 신속히 대응. 자원봉사단을 지휘한 동국대 경주캠퍼스 사회체육과 하성 교수는 “아침 7시부터 자원봉사자들을 전 코스에 배치했지만 올해는 비가 와서 학생들이 고생했을 것”이라며 “비가 오는 날 봉사활동을 해보면 앞으로 어떤 날씨에도 동아마라톤 준비에는 자신이 생길 것”이라고 위안.

<경주=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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