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망의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승리로 마무리됐다.
완벽한 삼성의 승리가 예상됐던 2001 프로야구 한국시리즈가 숱한 뒷이야기들을 남긴 체 20년 프로야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그 중 눈에 띄는 뒷이야기가 하나 있다.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 5차전.
1승 3패로 벼랑에 몰려 있는 삼성의 선발투수는 임창용.
마무리에서 선발로 전환한 이후 정규시즌 중 140km 중반의 빠른 공을 앞세워 막강 삼성 마운드의 기둥역할을 해왔던 그.
막상 한국시리즈에서는 왠지 모르게 불안한 피칭을 면치 못했다.
직구 구속 역시 140km를 넘지 못하면서 에이스다운 면모를 보여주지 못했다.
5차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
당일 중계 방송을 맡은 KBS의 해설위원 하일성씨는 예전같지 않은 임창용의 직구 스피드를 실랄하게 헤집고 있었다.
직구 평균 구속은 137km에 불과했고 변화구 역시 110km대에 머물렀다.
다행이도 변화구의 제구력이 안정감을 가지면서 그럭저럭 직구도 타자들을 공략하기엔 무리가 없었다.
문제는 한국 최고의 팀인 삼성의 에이스가 구속이 형편없었다는 사실.
상대투수 구자운(두산) 역시 직구 스피드는 140km대를 오가고 있었다.
이후 5회가 넘어가면서 삼성이 승기를 잡아가자 임창용이 펄펄 날기 시작했다.
경기 초반 137km에 불과했던 직구 스피드가 150km를 상회했다.
승리투수요건을 갖추고 마운드에서 내려오기 전까지 KBS의 중계방송에는 시속 156km를 던져대는 임창용이 존재했다.
경기초반 130km에 불과했던 평범한 스피드가 경기 중반 이후 메이저리그급의 광속구로 변신하고 말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잘나가고 있는 박찬호(LA 다저스)의 평균 구속도 150km대 초반임을 감안하면 임창용은 이날 엄청난 스피드를 과시했다.
그것도 힘이 빠지기 시작하는 경기 중반부터...
임창용만 그랬을까?
두산의 구원투수 차명주 역시 140km대 중반의 스피드로 삼성 타자들을 압도(?)했다.
이후 나온 투수들은 모두가 한국야구를 대표하고 있어서인지 140km대 후반의 스피드를 자랑했다.
핸드볼 스코어로 물의를 일으켰던 이번 한국시리즈에서 유독 눈에 띄는 대목이었다.
어이없는 핸드볼 스코어는 메이저리그급 한국투수들이지만 워낙 타자들이 잘 쳐서 발생한 결과물이었다.
이렇게 되면 국내의 이름값하는 투수들은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고 이들을 난타한 타자들 역시 태평양을 건너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는 셈.
본의아니게 투수들의 스피드를 늘려준 KBS 관계자분들!
아니면 기계적인 실수로 인해 메이저리그급의 투수들을 양산한 국내의 스피드건!
원인이 무엇이든간에 국내프로야구팬들은 모처럼 광속구 투수들의 투구를 볼 수 있어 행운이었다.
그리고 이런 기회를 제공한 그 무엇(?)에게도 감사의 말 한마디를...
[제공:http://www.enter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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