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애리조나 피닉스의 뱅크원 볼 파크에서 벌어진 월드시리즈 2차전. 애리조나는 선발 랜디 존슨이 9이닝 동안 11개의 삼진을 잡아내는 ‘괴력’으로 양키스 타선을 무실점으로 꽁꽁 묶고 1: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8회 매트 윌리엄스가 승부를 결정짓는 3점홈런을 터뜨려 4:0 완봉승을 거뒀다.명성에 비해 포스트시즌과 인연이 별로 없었던 존슨은 월드시리즈 첫 등판에서 승리를 챙겨 기쁨 두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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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전적 2승무패를 기록한 애리조나는 남은 5경기에서 2승만 보태면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서는 감격을 누리게 된다.
김병현은 8회 존슨이 선두타자 셰인 스펜서와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연속안타를 맞자 불펜에서 열심히 몸을 풀었지만 존슨이 끝까지 마운드를 지켜 등판기회를 잡지 못했다.
1차전 커트 실링의 7이닝 1실점에 힘입어 9:1 대승을 거둔데 이어 2차전에서 랜디 존슨이 완봉승을 거둬 2연승의 신바람을 낸 애리조나는 4차전에서 실링을 또다시 선발 투수로 예고하는 초강수를 띄워 월드시 첫우승에 대한 집념을 숨기지 안았다.
반면 26차례나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던 양키스는 당초 ‘절대 우세’라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무색하게 이틀연속 3안타의 빈곤에 시달리는 무기력증에서 벗어나지 못한채 무거운 몸과 마음을 비행기에 싣고 뉴욕으로 향했다.
하지만 양키스는 지난 96년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와의 월드시리즈에서 2연패 뒤 4연승한 저력을 갖고 있어 섣부른 판단은 금물.
7전4선승제의 월드시리즈 3차전은 31일 뉴욕 양키스타디움에서 애리조나의 브라이언 앤더슨과 양키스의 로저 클레멘스의 선발맞대결로 펼쳐진다.
‘빅 유닛’존슨의 위력은 대단했다.
1회 선두타자 척 노블락과 랜디 벌라드를 연달아 삼진 처리하며 상큼하게 출발한 존슨은 4회 두번째 타자 벌라드에게 볼넷을 내주기 전까지 양키스 강타선을 퍼펙트로 완벽하게 막아냈다.
존슨은 8회 연속안타를 맞고 이날 유일한 위기를 맞았지만 후속타자를 삼진과 병살타로 처리하는 노련미를 과시하며 위기에서 벗어났다.
7회까지 1안타 1볼넷 9삼진 무실점의 눈부신 피칭을 하던 존슨은 8회 선두타자 셰인 스펜서에게 우전 안타 후속 알폰소 소리아노에게 좌전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의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존슨은 스캇 브로시우스를 삼진처리하며 한숨 돌린 후 대타 루이스 소호를 5(3루)-4(2루)-3(1루)으로 이어지는 병살타로 처리, 위기를 벗어났다.
존슨은 이날 최고구속 99마일(159km)의 ‘광속구’와 오른손 타자의 무릎을 파고드는 예리한 슬라이더를 앞세워 3회 세타자를 연속삼진으로 돌려세우는 등 9회까지 11개의 삼진을 잡아냈다. 반면 안타와 볼넷은 각각 3개와 1개만 허용했다. 투구스는 110개 였고 그중 스트라이크가 76개.
타선에선 노장 매트 윌리엄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윌리엄스는 1:0의 불안한 리드를 지키던 7회 루이스 곤잘레스의 몸에 맞는 공, 대니 바티스타의 내야안타로 만든 1사 1-2루에서 페티테의 2구째 몸쪽 직구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쐐기 3점포를 터뜨렸다. 윌리엄스는 대니 바티스타와 똑같이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애리조나의 5안타 중 4안타를 합작했다.
애리조나는 2회 선취점을 뽑았다.
선두타자 레지 샌더스가 3-유간 깊은 내야안타로 출루하자 5번타석에 들어선 바티스타가 앤디 페티테의 초구 바깥쪽 직구를 밀어쳐 우중간 펜스까지 굴러가는 3루타를 터뜨린 것.
반면 양키스는 선발 페티테가 존슨 못지 않은 호투로 마운드를 안정시켰지만 방망이가 터지지 않아 억울하게 ’패전의 멍에’를 썼다.
페티테는 홈플레이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절묘한 제구력과 타자들의 타이밍을 뺐는 체인지업을 앞세워 6회까지 3안타 7삼진 1실점으로 잘 막았다.
하지만 방망이가 깊은 침묵에 빠져 역전 가능성이 희박해진 7회 홈런을 맞고 무너졌다. 페티테는 이날 7이닝 5안타 4실점 8삼진을 기록하고 8회부터 마이크 스탠튼에게 마운드를 인계했다.
메이저리그 최고의 짜임새를 자랑하는 양키스 타선은 1차전 3안타의 빈타에 이어 이날도 3안타로 침묵했다. 양키스는 8회를 제외하곤 단 한번도 2루베이스를 밟지 못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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