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프로야구]원-투펀치에 양키스 'KO'

  • 입력 2001년 10월 29일 19시 40분


‘빅 유닛’ 랜디 존슨이 7회초 양키스의 중심타선을 맞아 위력적인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빅 유닛’ 랜디 존슨이 7회초 양키스의 중심타선을 맞아 위력적인 강속구를 뿌리고 있다.
“그가 마운드에 서 있다는 자체가 우리에겐 공포였다.”

“그는 나를 비롯한 우리 타자들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미국인들이 으레 쓰는 다소 과장이 섞인 호들갑은 아닌 게 분명했다. 자존심 세고 거만하기로 소문난 뉴욕 양키스의 조 토레 감독과 최고의 인기스타인 유격수 데릭 지터는 경기후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완패를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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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홈구장인 피닉스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2차전. 4년 연속 패권에 도전하는 최고의 명문팀 뉴욕 양키스였지만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의 ‘원투 펀치’를 앞세운 애리조나에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커트 실링의 1실점 완투승 바통을 받아 마운드에 오른 랜디 존슨은 이날 자신의 선수생활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역투로 양키스의 강타선을 잠재웠다. 9타자를 맞아 삼진 7개에 내야땅볼 2개로만 초반 3이닝을 막은 것을 비롯, 9회까지 탈삼진 11개를 곁들이며 3안타 무실점으로 팀의 4-0 승리를 이끌었다.

반면 양키스는 존슨에게 통산 타율이 0.452인 2번 랜디 벨라르데가 선발타자 중 유일하게 삼진을 안 당한 걸 위안으로 삼아야 했을 정도.

그러나 이런 존슨에게도 불만이 있다면 4-0으로 앞선 9회 밥 브렌리 감독이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는 마무리 김병현을 염두에 두고 “계속 던지겠느냐”고 물었을 때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예스”라고 대답했다는 점.

한편 브렌리 감독의 선수기용도 반짝반짝 빛이 났다. 스티브 핀리 대신 5번타자로 전격 기용된 대니 바티스타는 2회 선제 결승 2루타를 날린 데 이어 1-0으로 아슬아슬한 리드를 지키던 7회에는 1사 1루에서 호투하던 양키스 선발 앤디 페티트의 오른쪽 허벅지를 강타하는 내야안타를 날려 다음 타자인 매트 윌리엄스의 3점홈런을 이끌었다.

존슨의 호투에 가렸지만 쐐기 홈런을 날린 윌리엄스는 89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97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이어 세 팀에서 월드시리즈 홈런을 날린 메이저리그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양키스가 20승투수(3패) 로저 클레멘스를 내세워 4승투수(9패)인 브라이언 앤더슨이 선발로 등판하는 애리조나에 설욕을 노리는 3차전(뉴욕)은 31일 오전 9시30분(한국시간) 열린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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