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생머리에 소녀티가 가시지 않은 김연지(20·한국체대·사진)의 앳된 얼굴에 이슬이 맺혔다.
81년 독일에서 태어나 5년전 15세의 어린 나이에 태극 마크의 꿈을 품고 홀로 한국 태권도 유학길에 올랐던 김연지가 73년 제1회 세계선수권에서 우승했던 아버지 김철환 사범(48·독일거주)에 이어 대를 이은 금메달을 획득했다.
1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제15회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및 제8회 세계여자태권도선수권대회 여자부 라이트급 결승.
1라운드까지 앞서다 2라운드에서 맹추격을 허용하던 김연지가 3라운드에서 장기인 발차기를 연타하며 난적 벨렌 페르난데스(스페인)를 8-6으로 꺾고 한국에 대회 첫 금메달을 안겼다.
이로써 78년 태권도 사범 해외진출 붐을 타고 독일로 건너간 아버지로부터 여덟살때부터 취미로 태권도를 배웠던 김연지는 사상 첫 태권도 세계선수권 부녀 챔피언이라는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올 들어 국가대표 선발전을 포함해 5개대회 연속 무패 행진.
이날 김연지의 금메달 획득의 최대 고비는 준결승전인 무나 베나베라술(모로코)과의 경기. 3라운드 후반까지 0-1로 뒤지다 경기 종료 20초전 왼발 돌려차기로 1-1 동점을 만들어 결국 경고 2개로 1점을 감점 당한 베나베라술을 1-0으로 누르고 힘겹게 결승 티켓을 얻을 수 있었다.
한편 남자부 라이트급에 출전한 정우열(22·경희대)은 2회전서 시드니올림픽 동메달리스트로 월드컵 3연패를 달성한 하디 코할(이란)에게 7-9로 패해 탈락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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