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팀의 속사정을 유심히 들여다보면 미세하나마 무게의 차이를 느낄 수 있다. 새로 가세한 루키와 외국인선수, 지난 시즌이 끝난 뒤 이뤄진 트레이드 등이 전력차에 영향을 준 변수들이다. 코트 안팎의 입소문까지 감안한 올시즌 예상 판도는 ‘2강 6중 2약’.
지난 시즌 챔프전에서 맞붙은 삼성 썬더스와 LG 세이커스가 올시즌서도 여전히 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SK 나이츠, 모비스 오토몬스, KCC 이지스, SK 빅스, SBS 스타즈, 삼보 엑써스 등이 치열한 중위권 각축을 벌일 것으로 점쳐진다. 동양 오리온스와 코리아텐더 푸르미는 올시즌서도 하위권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2강 중에서도 LG의 전력이 한층 탄탄해진 느낌을 준다. 지난 시즌 내내 ‘화끈한 공격농구’를 펼쳐 준우승의 돌풍을 일으킨 LG의 가장 큰 변화는 허점으로 지적된 용병센터를 보강하고 높이의 열세를 단숨에 만회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 알렉스 모블리와 대릴 프루가 차례로 맡은 골밑에서 허전함을 느낀 LG는 올시즌 말릭 에반스(201cm)를 영입했다. 에반스는 파워와 탄력은 위협적이지 않지만 기본기와 슛, 센스를 고루 갖춰 공헌도에서 모블리와 프루를 능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LG는 또 ‘슈퍼루키’ 송영진(198cm)과 황진원의 가세 덕에 지난 시즌 ‘땅콩군단’에서 ‘장대군단’으로 돌변했다. 신인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지명된 송영진은 말릭 에반스-에릭 이버츠와 함께 트리플포스트를 이룰 것으로 여겨진다. 골 밑의 높이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LG가 이젠 다른 팀에 자신의 고민을 떠넘긴 셈이다. 삼성에서 옮겨온 신인 황진원(188cm)도 슈팅 가드에서 포인트 가드로 변신해 LG의 ‘장신화’를 극명하게 보여줄 것으로 여겨진다.LG는 조성원과 이버츠가 지난 시즌에 보여준 가공할 파괴력의 3점포를 재현할 태세인데다 조우현까지 예전의 슛 감각을 되찾아 첫 우승의 꿈을 한껏 부풀리고 있다.10개팀 가운데 가장 풍부한 식스맨을 보유해 팀당 45경기에서 54경기로 늘어난 정규리그를 여유있게 운영할 수 있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삼성은 한층 탄탄해진 조직력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2연패를 노리지만 지난 시즌에 견줘 뚜렷한 전력 보강이 이뤄진 것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린다. 또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 13년만의 우승을 위해 전력투구한 지난 시즌에 견줘 ‘정신적 해이’가 스며들 틈새가 많아 졌다는 것도 변수다.전문가들은 ‘여전히 강력한 우승후보’라면서도 주포 문경은(빅스)을 우지원과 맞바꾼 것이 어떤 효과를 나타내느냐에 따라 팀의 운명이 갈릴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6중 가운데 선두권을 위협할만한 팀은 나이츠와 모비스, KCC 등이다.지난 시즌 벤치의 선수 장악력 부재 등을 드러내며 4강전에서 무릎을 꿇은 나이츠는 서장훈, 조상현, 임재현 등 핵심 토종과 로데릭 하니발이 건재해 한때 우승후보로까지 거론됐지만 시즌 개막을 불과 한달여 앞두고 용병센터 그렉 스프링필드를 테렌스 무어(195cm)로 교체하는 바람에 전열이 크게 흔들렸다.
무어가 힘이 좋다고는 하지만 높이에서 뒤져 지난 시즌의 재키 존스(KCC)만큼 골밑을 지켜주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코트 주변의 중론이다. 새롭게 조직력을 가다듬어야 한다는 것도 결코 가볍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한다. 결국 나이츠는 주무기인 제공권을 잃고 힘겨운 싸움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소속사를 기아자동차에서 현대 모비스로 옮긴 모비스는 지난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로 풀린 강동희-김영만 콤비와 재계약에 성공한데 이어 용병 트라이아웃에서 딜론 터너와 래리 애브니를 영입해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이들은 파워와 기량을 겸비해 벌써부터 다른 팀들의 경계대상으로 떠올랐다.‘베스트5’만 놓고 보면 원년 시즌의 영광을 재현할만 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주전들이 노쇠하고 뒷멤버가 부족하다는 게 여전히 ‘아킬레스건’으로 지적된다.
KCC는 이상민-재키 존스라는 걸출한 포인트가드와 센터를 지닌데다 양희승 정재근 추승균 등 포워드진의 높이와 기량이 돋보이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두차례의 우승을 포함 세차례나 챔프전에 진출한 경험을 지닌 것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때문에 많은 팀들이 경계의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역대 최고의 용병’으로 꼽히는 조니 맥도웰과 문경은을 영입하는 등 대변신을 꾀한 빅스와 3점슈터 김훈의 가세로 외곽이 더욱 안정된 SBS는 최대의 ‘복병’.그러나 두팀 모두 포인트가드가 약한 허점을 어떻게 극복하느냐는 숙제를 안고 있다.
삼보는 용병센터 조나단 비어봄을 개막 직후 전격교체할 예정으로 전열이 흔들리겠지만 팀의 간판 허재가 “2연속 6강 탈락의 수모를 겪을 수는 없다”며 ‘노장투혼’을 불태우고 있어 기대를 걸게 한다. 삼보는 신기성이 군에 입대한데다 이렇다할 전력보강도 이루지 못해 지난 시즌에 견줘 약화된 인상을 주지만 팀의 ‘정신적 지주’인 허재가 분전할 경우 특유의 ‘조직농구’를 펼칠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동양은 신인 드래프트에서 단신 포인드가드 김승현(178cm)을 지명한데 이어 용병 드래프트에서 마르커스 힉스(196cm 전체 1순위)와 라이언 페리맨(199cm)를 뽑아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된 포인트가드와 센터를 동시에 보강했지만 여전히 상위권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평가는 받지 못하고 있다.
사령탑의 경험 부재와 조직력 빈곤을 극복하기가 쉽지않을 것이라는 우려를 아직은 떨쳐내지 못하는 느낌이다.
코리아텐더 역시 6강의 꿈을 이루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생각이다. 개인기가 좋은 용병 마이클 매덕스(202cm)와 재계약하고 새로 가세한 칼 보이드의 기량도 수준급이라는 평이지만 국내선수들의 전력이 상위권 팀에 견줘 밀리는 것이 아쉽기만 하다. 팀의 간판 현주엽이 군에 입대한 것도 파괴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한편 전문가들은 올시즌에서는 팀 전력 못지않게 사령탑의 역량이 우승판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정규리그가 5라운드에서 6라운드로 늘어남에따라 과거처럼 주먹구구식의 선수 기용을 하거나 모든 경기를 이기겠다는 식의 전술 운용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게 그 이유이다. 어느 사령탑이 눈앞의 유혹을 뿌리치고 플레이오프까지 겨냥한 ‘인내의 레이스’를 하느냐가 ‘최후의 희비’를 가를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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