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게 아니라 잠시 놀다온 느낌”이라는 게 한목소리.
서울여자마라톤 클럽 송은님씨(40)는 “12번째 완주인데 이번처럼 즐거운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출발부터 결승점에 들어갈때까지 길에 장사진을 치고 응원한 뉴욕시민들의 열성 때문에 뛰기보다는 그들과 함께 즐기느라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를 몰랐다고.
백남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사장(57)도 “시차적응을 못해 완주나 할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뛰다보니 시민들의 열광적인 응원에 힘을 받아 평소보다 15분이나 빨리 들어왔다”며 좋아했다.
풀코스 처음 도전해 이번 한국참가자로 가장 빠른 3시간50분대에 결승선을 통과한 정상율씨(36)도 “처음이라 걱정했는데 뛰는 것을 즐기다보니 어느새 결승점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뉴욕마라톤 여행상품으로 한국참가자를 모집해온 정동창 여행춘추 사장(40)은 “지난해엔 모두 3시간대의 기록을 가진 참가자들이어서 걱정을 안했었다. 그러나 솔직히 올해는 주로 초보자들이 뛰어 조금 걱정이 됐었는데 너무 잘들 달릴뿐만 아니라 레이스를 즐긴 것 같아 보람을 느꼈다”고 흐뭇해했다. 다음은 이정수(53) 국민은행 서울 삼성동 지점장의 풀코스 완주 수기.
부러웠다. 한마디로 한치의 오차가 없는 완벽한 대회였다.
참가자들에겐 기록은 중요하지 않았다. 뉴욕 한복판을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는데서 즐거움을 찾았고 또 수많은 사람들과 어우러질 수 있다는데서 만족했다. 어느 누구하나 ‘기록’을 위해 뛰는 마스터즈 참가자는 보이지 않았다. 힘들면 시민들에게 응원해달라고 포즈를 취하고 시민들은 기꺼이 힘들어하는 참가자의 등을 두들겨 주었다.
3만명의 참가자들을 비롯 그 가족들과 뉴욕시민들 등 2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길가를 가득 메웠지만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것도 놀라웠다. 교통을 통제한 주변엔 차가 아예 보이지도 않았고 경적소리도 없었다. 시민들은 제한된 곳에서만 응원했다. 질서유지를 하는 뉴욕경찰들도 자부심과 함께 마라톤축제의 주인공으로서 성심껏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다.
솔직히 나는 시차적응이 안돼 컨디션이 안좋은데다 기록에 대한 욕심을 내다가 중간에 완전히 지쳐 평소보다 훨씬 늦게 결승점을 통과했는데 완주후 기분이 너무 좋았다. 왜냐하면 내가 단순히 마라톤을 뛴게 아니라 뉴욕시민과 하나가 됐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단조롭지 않고 많은 변화를 준 코스도 좋았다.
한번 뛰면 다시 뛰고 싶은 곳이 바로 뉴욕이었다. 뉴욕마라톤이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이것이 또 미국의 저력이 아닐까.
<김화성기자>mar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