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마니아 한성옥(21)씨. 2일 오후 인천 서구 석남3동 대풍권투체육관을 찾았을 때 한씨는 섀도우 복싱을 하고 있었다. 줄넘기를 하거나 역기를 들고 있는 남성들 사이에서 유일하게 주먹을 날리는 여성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눈에 띄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샌드백을 치면 머리속이 시원합니다.”
주변 남성들도 자연스럽게 한씨를 대하는 것으로 보아 이미 이 체육관의 가족이 된지 오래 된 듯 했다. 한씨는 현재 인하공업전문대에서 실내건축을 전공하고 있다.
한씨가 처음 체육관을 찾은 것은 1999년 12월. 가정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 11명과 함께 학교 인근에 있는 이 체육관의 문을 두드렸다. 친구들 중 몇 몇이 복싱이 다이어트에 좋다는 말을 듣고 권한 때문이다. 이 중 현재까지 복싱을 계속하고 있는 이는 한씨가 유일하다. 대신 남들보다 꾸준히 운동을 한 만큼 다이어트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복싱을 시작하고 1년여 동안 12㎏을 뺐다.
“복싱을 한 뒤로는 신기하게도 한번 빠진 살이 다시 찌지를 않더라구요.”
복싱을 하면서 자신의 체급을 유지하기 위해 평소에 식생활을 절제하는 습관이 몸에 밴 탓.한씨의 현재 체급은 페더급(57㎏)이다.
하지만 격렬한 운동을 소화해 내며 정신적인 자신감을 얻는 것도 복싱을 하는 중요한 이유다. 한씨는 1주일에 3,4차례 도장을 찾아 2시간 정도씩 스트레칭 줄넘기 웨이트트레이닝 섀도우복싱을 하며 땀에 흠뻑 젖는다. 한국주니어페더급 챔피언 출신 이정국(39)관장으로부터 원 투 스트레이트, 훅, 어퍼컷 등을 배우며 얻은 호신술은 덤이다.
한씨 주먹은 얼마나 셀까? 이관장에 따르면 “남자 중학교 2학년생이 힘껏 휘두른 정도의 펀치”. 여자로서는 강펀치라고 한다. 한씨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여자선수들이 드물어 공개시합을 할 기회가 없다는 것. “언젠가 기회가 온다면 시합을 꼭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영화배우 설경구가 다니고 있는 이 체육관에는 한씨처럼 시합에 나가지 않으면서 운동효과만을 위해 복싱을 하는 일반인들도 많다. 그렇지만 한씨가 폼만 잡으며 복싱을 배운 것은 아니다. 월간 복싱 전문지 ‘크로스 카운터’의 문귀정편집장은 한씨의 복싱을 보고 “기본기가 잘 잡힌, 꽤 잘하는 권투”라고 평했다.
한씨는 초등학생 시절에는 육상선수를 지냈고 중학생시절에는 펜싱을 즐긴 스포츠 마니아.
“격렬하게 치고 받지 않더라도 훈련과정만 충분히 소화하면 날씬한 몸매를 가꾸어 주는 복싱이야말로 훌륭한 생활체육”이라는 것이 여러 운동을 해 본 끝에 내놓은 한씨의 복싱 예찬론이다.
문의 대풍권투체육관 032-571-0247, 크로스카운터 02-3442-3650, 한국권투위원회 3673-1965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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