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설기현-안정환 "우릴 막지마"

  • 입력 2001년 11월 8일 18시 18분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지난달말 ‘히딩크 7기’ 대표명단을 발표하며 설기현(22·벨기에 안데를레흐트)과 안정환(25·이탈리아 페루자)에 대해 “차라리 한국으로 데려와 훈련이라도 시키고 싶은 심정”이라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2002월드컵 때 유럽의 벽을 깨는 첨병으로 나서야 할 대표주자들이 소속팀에서 그라운드보다 벤치를 주로 지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히딩크 감독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일까.

‘유럽파’ 설기현과 안정환이 아프리카와 유럽의 강호 세네갈, 크로아티아와 잇따라 열리는 평가전에 임하는 각오는 남다르다. 이번 기회에 점점 멀어져 가는 히딩크 감독의 눈길도 되돌려 놓고 ‘고향’에서 멋진 플레이로 승리를 연출, 자신감을 회복해 리그에 복귀해 주전을 꿰차겠다고 벼르고 있다.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뛰어난 스피드를 갖춰 히딩크 감독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았던 설기현. 그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부진과 8월 전지훈련 때 체코에 0-5로 대패한 이후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다. 이 때문에 8월9일 열린 챔피언스리그 3라운드 할름슈타트전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골을 넣는 등 주가를 높이고도 급작스럽게 시작된 슬럼프로 이후 거의 기용되지 않았다. 자국 리그에서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이 때문에 이번 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특히 대표팀에서 최태욱(안양 LG)과 이천수(고려대) 등 후배들이 무섭게 성장하고 있어 이번에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자칫 대표팀에서도 벤치 신세를 면치 못할 처지에 놓일 수도 있다.

안정환도 상황은 마찬가지. 소속팀에서 코르도바 등에 밀려 최근 5경기 중 4경기에서 벤치만 지키는 등 출전을 많이 하지 못해 몸과 마음이 지친 상태. 그래서 늘 따뜻한 성원을 보내주는 국내팬들 앞에서 새로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 것. 안정환은 지난해 말 일본과의 평가전에서 일취월장한 모습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받았던 스포트라이트를 다시 받아 히딩크 감독의 신임도 다시 얻고 소속팀에도 ‘날 무시하면 안 된다’는 당찬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이를 악물고 있다.

이들은 대표팀 합류가 늦은 관계로 동료들과 호흡을 맞출 시간이 없어 10일과 13일 열리는 크로아티아전에 스타팅으로 출전, ‘유럽벽’을 넘는 선봉장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전주〓배극인·양종구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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