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공동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사상 최강의 ‘원투 펀치’ 랜디 존슨(38)과 커트 실링(34·이상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경합을 벌인 14일 뉴욕의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발표장. 아무리 포스트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미리 투표를 했기 때문이라고는 하지만 결과는 의외였다.
실링이 32명의 기자로부터 1위표 2표를 얻은 데 그친 반면 존슨은 30표의 몰표를 얻으며압도적 승리를 거둬 99년부터 3년 연속으로 통산 4번째 사이영상을 품에 안았다. 사이영상 4회 수상은 로저 클레멘스(5번·뉴욕 양키스)와 그레그 매덕스(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스티브 칼튼(전 필라델피아 필리스·이상 4번)에 이은 4번째.
내성적인 성격과는 달리 험상궂은 얼굴에 갈기머리, 2m8의 장대키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리스마로 상대 타자들을 찍어누르는 ‘빅 유닛’ 존슨은 올해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21승6패로 다승 공동선두인 실링과 매트 모리스(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1승이 모자라긴 했지만 메이저리그 타이인 20탈삼진 경기를 한 것을 비롯해 양 리그를 통틀어 평균자책(2.49)과 탈삼진(372개) 1위에 올랐다. 월드시리즈 33년만에 혼자 3승을 거둔 투수가 된 것도 겹경사.
그러나 22승6패 평균자책 2.89에 293개의 삼진을 잡은 실링의 활약도 이에 못지 않기에 선의의 라이벌 경쟁을 벌여온 존슨의 마음이 무거웠던 모양이다.
존슨은 “정말 꿈같은 시즌이었다. 올해 프로야구 선수로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냈다”고 수상 소감을 밝힌 뒤 “나는 정말 커트가 받을 줄 알았다. 아침 일찍 그가 전화를 해서 자신이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둔 데 대해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내가 들은 어떤 말보다도 고마운 말이었다”며 실링을 위로했다.
이에 대해 실링도 ESPN 라디오를 통해 “내가 진 게 아니라 랜디가 이긴 것”이라며 “나는 최선을 다했고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사이영상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올해는 내가 상을 받을 때가 아니다”며 존슨과의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한편 로저 클레멘스의 사상 첫 6번째 수상이 유력시되는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은 15일 발표된다.
<장환수기자>zangpab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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