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KBL 2년차 용병들

  • 입력 2001년 11월 18일 20시 02분


6번째 시즌을 맞는 프로농구..

그 동안, 우리나라 프로농구 리그에 발을 들여놓았던 용병들과 현재 뛰고 있는 선수들의 수를 모두 합하면 거의 100명에 달한다.

현재 SK빅스에서 활약 중인 조니 맥도웰과 같이 수 년 동안 우리나라 프로농구에 적응하여 익숙한 선수도 있기는 하지만, 몇 경기 제대로 뛰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본국 행 비행기를 타야하는 선수들이 더 많았다.

두 시즌 이상 국내에서 뛴 경험이 있는 선수는 약 20명으로 20% 정도가 된다. 뛰어난 기량을 지니고 있다고 검증된 선수일 경우에는 트라이아웃에서 선발하지 않았더라도, 기존 용병의 교체 시에 다시 우리 프로농구의 코트를 밟고는 한다. 보통은 한 시즌 동안 팀의 성적을 높이는데 공헌한 외국인 선수를 재계약 하게 될 경우, 2년차 용병 선수가 나오게 마련이다.

이번 2001-2002 시즌에 KBL 2년차가 되는 용병 선수로는 코리아텐더의 마이클 매덕스, 삼성의 아티머스 맥클래리와 무스타파 호프, 그리고 SBS의 리온 데릭스가 있다. 르나드 존스의 퇴출 이후 영입된 KCC의 캔드릭 브룩스도 지난 시즌 신세기(현 SK)빅스에서 뛰었던 2년차 선수이기는 하지만, 여기서는 같은 팀에 다시 둥지를 틀게 된 위의 네 선수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코리아텐더의 마이클 매덕스는 지난 시즌 부상으로 31경기 밖에 출전하지 못했었다. 2000년 용병 트라이아웃 1순위인 그였기에 코리아텐더가 매덕스에게 거는 기대는 매우 컸다. 그러한 미련 때문이었는지, 코리아텐더는 지난 시즌 그다지 큰 활약을 해주지 못했던 매덕스에게 선뜻 재계약을 제의 했다. 아직 시즌이 시작되고 1라운드도 지나지 않은 초반이기는 하지만, 코리아텐더가 한 매덕스와의 재계약은 꽤 성공적으로 보인다.

골치가 아픈 건, 삼성과 SBS의 2년차 용병 들이다. 삼성의 초반 3연패, SBS의 부진 뒤에는 용병 선수들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터이다.

삼성은 정규리그 34승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세우며 플레이오프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챔피언 팀이다. 두 용병 맥클래리와 호프의 공헌도가 컸으며, 그 들의 재계약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시즌에 맞춰 용병들과 합류하는 다른 팀들과는 달리 맥클래리와 호프는 9월에 있었던 ABA대회에도 함께 출전하여 손발을 맞췄고, 삼성을 아시아 최정상의 자리에 등극시키는데 큰 도움을 주기도 했었다.

특히, 호프는 지난 시즌 부족했던 득점력을 강화 한층 나아진 기량을 선보이면서 용병 MVP도 노릴 수 있겠다는 매스컴의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그러한 매스컴의 찬사는 부작용을 일으키고 말았다. 호프는 시즌이 시작되고 개인 득점에 욕심을 내기 시작했다. 리바운드와 박스 아웃, 골 밑에서의 몸싸움 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해주던 호프가 득점을 하려고 드니, 삼성은 전과 같이 많은 공격권을 가질 수 없게 되어버렸고 따라서 득점도 제대로 되지 않아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맥클래리 역시 그러한 호프의 플레이에 영향을 받으며 고전했다. 더욱이 용병 MVP였던 맥클래리의 플레이를 알고 있는 각 팀들은 맥클래리에 대항할 만한 용병들을 준비했다. 그리하여 ‘맥클래리 킬러’라는 닉네임이 어울릴만한 새로운 용병들이 나타나기 시작했고, 비교적 단신인 맥클래리의 단점을 쉽게 간파한 ‘맥클래리 킬러’들은 그의 공격루트를 차단했다. 골 밑에서의 공/수를 책임져야 할 두 용병이 제대로 플레이를 하지 못하다 보니, 삼성은 강점인 조직력이 와해되어 초반 3연패를 경험하고 말았다.

SBS의 2년차 용병인 리온 데릭스는 지난 시즌 트리플 더블을 7개나 기록했던 선수이다. 그 기록이 말해 주듯이 데릭스는 득점과 리바운드 뿐만 아니라, 어시스트 능력도 탁월한 올라운드 플레이어였다. 올 시즌 SBS에는 슛터 들의 보강이 있었기 때문에 데릭스의 어시스트가 더욱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 예상했었지만, 초반의 성적은 그렇지가 못했다. 동양과의 5차전에서 데릭스는 단 한 개의 어시스트도 기록하지 못했다.

이유는 데릭스의 얼굴 표정에서 드러난다. 게임이 풀리지 않거나, 조금이라도 뜻대로 플레이 되지 않는 것 같으면 그의 얼굴에는 불만과 짜증이 가득하다. 지난 시즌에도 아주 가끔 그러한 모습을 보였던 데릭스이지만, 올 시즌은 너무 자주 그와 같은 얼굴로 게임에 임한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아도, 실책이 발생하고 수비가 타이트 하여 공격하기 힘들어도, 코트 위의 5명이 서로 다독이면서 파이팅 하던 지난 시즌 SBS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수의 팬들이 아직도 원년, 또는 3, 4년전에 멋진 플레이를 선사해 주었던 몇몇 용병들을 기억하고 그리워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용병 선수가 한 시즌동안의 공로를 인정 받아 다시 우리나라 프로농구 코트 위에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된다는 것은 매우 기쁜 일이다. 하지만, 한 시즌이 지났다고 해서 자만하거나 안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더욱 노력하고 발전하는 모습으로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는 용병 선수들이 되기를 바래본다.

오세정/osjtweety@hanmail.net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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