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2001 시즌의 K-리그 팀들과 스트라이커에 대해서 살펴보자. 먼저 우승 팀인 성남 일화를 보면 공격-미드필드-수비에 이르기까지 팀의 취약 포지션이 없을 뿐만 아니라 각 포지션별 선수들의 기량도 훌륭하고 후보 선수들도 다른 팀에서 주전으로 뛰기에 손색이 없는 선수들이다. 그렇게 막강한 전력을 가졌기에 K-리그 27 경기를 치르면서 단 4패만을 기록했다. 선수 구성만으로 볼 때는 K-리그의 다른 어느 팀과도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막강했으며, 리그 시작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남의 우승을 예측하기도 했는데…
문제는 그런 막강한 팀 전력을 가졌으면서도 시즌 종반까지 다른 몇 개 팀들과 아슬아슬한 선두 경쟁을 벌였다는 점이다. 특히 무려 12 차례의 무승부 경기가 있었다는 점에 주목하고자 한다. (성남은 2001 시즌 동안 11승 12무 4패를 기록했다.) 그리고, 아울러 지적하고 싶은 것은 12 차례의 무승부 속에는 K-리그 최고의 득점 기계로 손꼽히는 샤샤의 부진이 한 몫을 단단히 했다는 점이다. 결국 팀 전력이 아무리 탄탄해도 확실한 득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압도적인 경기 후의 아쉬운 무승부를 얻을 수 밖에 없다는 말이며, 경우에 따라서는 패배로 이어지기도 한다. 성남으로서는 샤샤에 필적하는 확실한 대안을 가지지 못했다는 점이 아쉬웠을 것이다.
안양의 경우도 성남과 별반 다르지가 않다. 최종 성적은 리그 2위지만 최용수가 일본으로 떠난 후 안양은 탄탄한 전력과 성공적인 세대교체에도 불구하고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말을 해결하기 전에는 우승도 그만큼 멀어진다는 사실을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상대방을 압도하고 몰아세울 수 있는 팀 전력이 최우선인 점은 분명하지만 스트라이커가 골을 넣음으로써 하나의 공격이 완성되는 것이며, 승리를 가져오는 것이니까.
반면 3위 팀인 수원을 보면 전체 승점에서는 성남과 안양에 뒤졌지만 전체 승리는 오히려 12승으로 우승팀 성남을 능가한다. 성남이 4패만을 기록한 반면 수원은 무려 10번이나 패배를 한 것만 보더라도 팀 전력면에서는 성남이 수원을 압도했다는 사실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은 리그 막판까지 성남, 안양과 함께 선수 다툼을 할 수 있었다는 점을 주목하자. 그 원동력은 바로 리그 득점왕인 산드로, 그리고 중요한 순간에 산드로에 버금가는 득점력을 보여준 서정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팀을 한 번 살펴볼까 ? 일단 우리에게는 황선홍이라는 카드가 먼저 떠오른다. 소위 말하는 확실한 스트라이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황선홍은 확실한 득점력과 세기, 두뇌, 체격을 겸비한 훌륭한 선수다. (아직도 황선홍의 기량에 대해서 의심의 눈초리를 가지고 계신가?) 사람들이 걱정하는 것은 그의 기량과 정신이 아니라 그의 나이와 부상 징크스일 뿐, 여전히 그는 우리 대표팀의 에이스로서 손색이 없다.
그러나, 1998년에 경험 했듯이 황선홍 하나 만으로는 부족하다. 부상이나 기타 이유로 황선홍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경우를 대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그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보다 나은 세계 정상급의 팀들과 경기를 하기 위해서는 몇 장의 카드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황선홍과 같은 선수 두 명이 필요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때는 득점력이나 문전에서는 파워는 황선홍 보다 떨어지지만 수비력과 체력이 좋은 선수가 필요할 수도 있다. 또 어떤 때는 다른 모든 것은 배제하더라도 단 번의 확실한 득점을 올릴 선수가 필요하기도 하다.
현재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로 이름을 올리는 선수로는 황선홍, 김도훈, 최용수, 설기현, 안정환, 이동국이 있다. 이 중에서 설기현과 안정환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기 보다는 측면 또는 중앙의 쳐진 포지션에서 공격의 활로를 뚫는 성격의 선수들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으며, 김도훈과 이동국은 전형적인 스트라이커에 속한다. 김도훈은 제1의 스트라이커는 아니지만 기복이 적으면서 중앙 스트라이커에게 요구되는 모든 요소를 다 갖추었다는 점에서 항상 든든한 백업맨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사실 대표팀의 2인자로 10년을 뛴다는 것은 얼마나 혹독한 일이겠는가… ) 반면 최용수는 최근 들어 황선홍에 견줄만한 기량을 선보이면서도 기복이 있다는 것을 지적 받는다. 이동국은 주어진 찬스에서의 슈팅력과 순간적인 득점력이 뛰어나지만 대표팀의 90분 경기를 이끌어갈 수 있는 수준에는 여전히 부족함이 있다. 이동국이 전형적인 스트라이커라면 설기현은 팔방미인형 선수라고 보는 것이 좋겠다. 어린 시절의 황선홍 처럼… 아직은 약간의 미숙함이 보이지만 포지션이나 공격 포메이션의 어느 구석에 위치하더라도 제 몫을 할 수 있는 선수이다.
자, 여기서 무엇이 문제인가! 이런 저런 이름들을 올려 보지만 황선홍 이외에는 월드컵 같은 큰 무대에서 우리 팀의 공격을 완성할 만큼 믿음을 주는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결국 히딩크의 말처럼 우리의 의도대로 경기를 압도하고(dominate) 조절하는(control) 것에 성공하더라도, 그것은 경기 내용일 뿐이며 승리로 이어질 수 있을 지는 미지수라는 말이 된다. ’86 멕시코 월드컵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우리나라가 출전한 네 번의 월드컵을 통해서 조별 예선 세 경기를 치르는 동안 2득점을 올린 스트라이커가 단 한명도 없다는 사실, 수비수 홍명보 외에는 월드컵에 출전해서 통산 2골을 기록한 선수조차 없다는 사실, 그리고 황선홍을 제외하고는 세계 톱 클래스 팀과의 진검승부에서 득점을 기록한 선수가 현재의 스트라이커 진용에 없다는 점. 그나마 유럽 본토에서 뛰고 있는 안정환이나 설기현에게 기대를 걸어 볼 수도 있지만… 그것 역시 ‘기대’에 불과할 뿐 확실한 ‘믿음’에는 미치지 못한다.
최근 히딩크는 자신이 구상하는 대표팀의 80~90% 수준에 이르렀다는 말을 자주 한다. 점차 대표팀의 전력이 향상되고 안정화 되어 간다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적인 강호들에 대한 적응력도 많이 좋아졌으며 늘 지적되던 수비 문제에서도 상당한 진전을 보았다. 그의 말처럼… 이제 선수들은 실력이나 경기장 분위기, 또는 스코어를 의식하기 이전에, 최소한 경기장에서 냉정하게 상대방을 제압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러나, 막상 우리의 월드컵 첫 경기가 열릴 때까지는 아무로 확실한 답을 해 줄 수 없는 숙제가 있다. 누가 용의 눈에 점을 찍을 것인가? 누가 ‘i’자의 몸뚱이 위에 점을 올릴 것인가? 스트라이커가 팀 득점의 물꼬를 틀 수 없다면… 1승은 가능할지 모르지만 16강 이상 오르기 위해서는 약간의 운도 따라줘야 할 것이다. 지난 98년의 프랑스 월드컵. 비록 황선홍이 꺾이긴 했지만, 하석주와 유상철이 아닌 김도훈이나 최용수가 득점을 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유난히 크게 남는다. 하긴, 최용수가 아닌 유상철이 황선홍과 함께 대표팀의 최전방에 나선다고 해도 이제는 그리 어색하지도 않다. 좀 씁쓸하긴 하지만 말이다.
진짜 궁금하다 … 어디 확실한 스트라이커 하나 없나?
황선홍 말고 ^_^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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