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플레이메이커 눈도장…히딩크 감독 "아직은 미흡"

  • 입력 2001년 11월 19일 18시 05분


‘한국대표팀에 플레이메이커를 둔다면?’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플레이메이커를 왜 두지 않느냐’는 질문에 “플레이메이커가 필요하긴 하지만 아직 내가 원하는 수준에 오른 선수가 없다”고 잘라 말하곤 했다. 하지만 히딩크 감독은 최근 “수비가 취약한 ‘구식’ 플레이메이커가 필요 없다고 한 것 일 뿐이다.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신식’ 플레이메이커가 나온다면 내년 월드컵 땐 기용할 생각”이라고 말을 바꿨다.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라면 그동안 고종수(수원)와 유상철(일본 가시와 레이솔) 등 많은 선수들을 플레이메이커로 기용한 결과 공격에선 어느 정도 해줬지만 수비에서 만족을 주지 못했기 때문에 굳이 플레이메이커를 두지 않았다는 결론.

그렇다면 히딩크 감독이 다시 플레이메이커 얘기를 꺼낸 것은 어느 정도 조건을 갖춘 선수를 찾았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8일 FA컵 준결승전을 관전한 히딩크 감독은 이천수(20·고려대)와 최태욱(20·안양), 안정환(25·이탈리아 페루자)을 거론하며 플레이메이커의 자질을 갖췄다고 말했다.

이천수와 최태욱은 최근 평가전에서 폭발적인 스피드에 경기의 흐름을 읽는 눈, 정교한 드리블과 스루패스를 선보이며 왼쪽과 오른쪽날개를 번갈아 맡기도 하고 공격형미드필더로 플레이의 조율을 맡아 훌륭하게 소화해 ‘세대교체 바람’을 몰고 왔다. 특히 이들은 빠른 두뇌회전과 전술 이해력을 갖춘 데다 부지런하고 악착같은 움직임을 보여 히딩크 감독을 흡족하게 했다.

‘유럽파’ 안정환도 한층 성숙된 플레이로 수비와 공격라인을 오가며 경기를 잘 조율해 히딩크 감독의 높은 점수를 받았다.

히딩크 감독은 이들을 두고 “전술 구사에 따라 다양한 포지션에 놓아도 소화할 수 있는 선수”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도 히딩크 감독이 ‘원하는 수준’엔 미흡하다는 평가. 결국 히딩크 감독은 이들 중 강팀과의 평가전을 통해 카리스마를 보이며 게임을 장악할 수 있는 선수를 찾아내겠다는 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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