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송종국 한국축구 미래 짊어진 '만능키'

  • 입력 2001년 11월 26일 18시 29분


올해 한국 축구가 거둔 굵직한 소득을 얘기할 때 ‘송종국(22·부산 아이콘스)’을 빼놓을 수 없다. 수비수로선 드물게 프로축구 신인왕에 올랐을뿐더러 대표팀 내에서도 어느새 홍명보의 뒤를 잇는 한국 수비의 핵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TV 출연하랴, 화보용 사진 촬영하랴 ‘즐거운 과외일’에 바쁜 그를 23일 오후 만났다. 제법 우쭐해질법도 한 터라 내심 어떤 표정으로 들어설까 궁금했는데 언제나처럼 촌뜨기 같은 옷차림에 수줍은 미소를 가득 머금고 나타났다.

사실 송종국을 오래전부터 알던 사람은 그를 생각할 때 특유의 웃음부터 먼저 떠올린다. 장난기 가득해 보이면서도 귀여운, 독특한 웃음이다. 이 웃음에 정신이 팔리면 옹골차고 매섭기 그지없는 그의 눈매를 놓치기 십상이다.

“스타로 뜬 소감은….”

“스타라고 생각해본 적도 없어요. 아직도 모자라기만 한걸요. 지난 일년간 프로와 대표팀을 오가며 너무 바쁘고 지쳐 다른 생각은 해 볼 겨를도 없었어요.”

다소 의례적인 답을 했지만 일산에 살고 있는 부모님 얘기로 넘어가자 그의 표정은 금방 들떴다. “사실 부모님이 제일 좋아해요. 아파트 단지에서도 제법 유명 인사가 됐죠.”

얘기를 축구로 돌리자 그의 대답은 신중해졌다. 하지만 거침이 없었다. “최근 대표팀 수비가 좋아졌다는 평을 많이 듣는데 제가 잘하기 때문만은 아니예요. 수비 전환때 최전방과 미드필드에서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주기 때문에 수비수가 한결 수월해진 거죠. 요즘은 공격 전환 연습에 열중하고 있어요. 일단 수비가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역공때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패스를 연결시켜 공격 효과를 높이자는 거죠.”

공수 간격이 좁은 현대축구에서는 중앙 수비수가 사실상 플레이메이커 역할을 한다. 슬쩍 일본의 천재 미드필더 나카타 히데토시의 패스를 거론하자 그는 손사래를 쳤다. “물론 나카타의 경기 운영 능력은 대단해요. 하지만 나카타도 자세히 보면 열 번의 패스중 한 번 정도 성공하는데 지나지 않아요. 중요한 것은 90분 경기중 한두번의 날카로운 패스가 득점으로 연결된다는 것이고 또 나카타가 과감하게 그런 패스를 시도하게끔 허용하는 대표팀 분위기예요. 실수를 용인하지 않으면 동료 발끝에다 안전하게 안기는 패스만 할 뿐 상대의 허를 찌르는 ‘킬링 패스’는 실종되게 마련이죠.”

화제를 거스 히딩크 대표팀 감독으로 돌렸다. “한 마디로 편하면서도 배울게 많아요. 훈련은 프로팀보다 몇 배 더 힘들어요. 집중력의 차이인 것 같아요. 사실 저도 스피드에 비해 패스가 부정확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는데 결국 집중력이 모자라기 때문인 것 같아요.”

홍명보와 자리 다툼을 벌이게 된 데 대한 느낌은 어떨까. “언론에서 자꾸 그렇게 보도하니까 나중에 (홍)명보형한테 꿀 밤 한 대 맞을 것 같아요. 개인적으론 사이드백 자리가 편해요. 중앙 수비수는 팀 전체를 리드해야 하는 만큼 여간 힘든게 아니예요. 아무튼 역할이 주어졌으니 최선을 다해야죠.”

송종국은 연세대 시절 ‘범생이’같은 유머로 동료들을 웃기려 해 ‘썰렁이’로 통했다. 하지만 일년새 유머 감각도 상당히 업그레이드 된 것 같았다. 대표팀 세트 플레이가 엉성한 것 같다는 지적을 하자 하하 웃으며 “제가 프리킥을 차니 제대로 될 리가 있겠어요”하고 눙친다. 2년 후 유럽에서 뛰고 싶다길래 병역 문제를 거론하자 “그래서 빨리 결혼해 마누라를 대신 군대 보내려고 해요. 그때쯤이면 법이 바뀌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또 안해본 포지션중 GK만 남았다고 하자 “어릴 때 동네 축구에서는 GK만 했었다”고 우겼다.

자리에서 일어설 무렵 곁에 있던 부산 구단 관계자가 송종국의 별명을 추천해 달란다. 소속팀에서건 대표팀에서건 주어진 모든 포지션을 소화해 낼 수 있는 전천후 선수라는 이미지로. 그렇다고 ‘땜빵’은 안된단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송종국은 누구

▽생년월일:79년 2월20일

▽혈액형:O형

▽가족관계:2남1녀중 막내

▽체격:1m78, 75kg

▽100m:12초4

▽출신교:배재중-배재고-연세대

▽주요경력:98청소년대표, 99하계유니버시아드대표, 2000시드니올림픽대표, 2001프로축구 신인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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