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커룸 엿보기]시카고 센터 밀러는 축구선수?

  • 입력 2001년 12월 3일 12시 28분


북미프로농구(NBA) 29개 팀 가운데 마이애미 히트와 더블어 가장 저조한 성적(3일 현재 2승13패)을 기록하고 있는 시카고 불스의 센터 브래드 밀러(26·213cm·사진)가 프로답지 못한 행동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경기가 뜻대로 안풀리자 의자를 걷어차 관중석으로 날려 버린것. 다행히 의자에 맞은 관중은 별다른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이를 지켜본 팬들의 반응이 좋을리는 만무.

사건의 발단은 이렀다.

시카고는 2일 홈에서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와 경기를 가졌다.

초반 5연패로 주춤거리던 필라델피아는 앨런 아이버슨이 부상에서 돌안온 후 지난시즌 전력을 완전히 회복, ‘승승장구’하고 있는 중이었다.

시카고가 전력면에서 열세인 것은 당연. 특히 골밑 싸움에선 상대가 안될 정도였다. 왜냐하면 필라델피아의 골밑을 지키는 NBA 최고의 수비형 센터 디켐베 무톰보를 상대하기엔 밀러의 실력이 한참 모자랐기 때문.

무톰보는 이날 16득점,19리바운드,10 블록을 기록해 생애 10번째 ‘트리플 더블’을 작성했다. 반면 무톰보의 철벽수비에 꽉막힌 밀러는 15개의 슛을 던져 겨우 4개만 성공시켜 자존심이 무척 상한 상태.

조금씩 열이오르던 밀러가 머리끝까지 화가 치밀어오른 때는 3쿼터 중반. 밀러는 3쿼터 종료 7분 26초를 남기고 덩크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쿼터서만 8개의 블록을 기록한 무톰보에게 또다시 블록을 당하자 이성을 잃었다. 블록을 당한 것 지체도 기분나빴지만 무톰보가 블록과정에서 파울을 저지르는데도 심판이 이를 불어주지 않는다는 것에 대한 불만도 컸다.

곧바로 이어진 작전타임때 벤치로 들어가던 밀러는 벤치옆에 놓인 의자를 축구공 차듯 걷어 차버렸다.

공중으로 솟은 의자는 시카고 벤치 바로 뒤쪽 두번째 줄에 앉아 있던 케빈 허스트씨에게 날아갔다. 의자는 허스트씨의 새끼 손가락을 살짝 맞고 그의 발에 떨어졌지만 다행히 큰 부상은 없었다.

허드신 씨는 밀러에게 별다른 손해배상을 청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밀러도 허드신 씨에게 사과편지를 쓸 예정이라고 했다. 하지만 밀러의 어린애 같은 행동은 많은 팬들을 실망시켰다. 팀 플로이드 시카고 감독도 “그런행동이 나올만한 상황이었지만 그렇게 해서는 안된다”라며 제자의 실수를 인정했다.

<박해식 동아닷컴 기자>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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