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라이크!.
볼링의 즐거움은 뭐니뭐니해도 일상에선 좀처럼 맞볼 수 없는 파괴감과 경쾌한 소리가 주는 스트레스 해소효과.
9년째 10개의 핀과 씨름을 하고있는 조광호씨(38·평택시 지산동)도 업무 중 받는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볼링을 시작했다.
조씨는 평택에 있는 한 목재회사의 차장. 영업과 관리업무를 함께 맡아 사무실에 앉아있다가도 거래처 연락을 받고 급하게 뛰어나가기가 일쑤다.
“그거참 신기할 정도로 시원하더라구요, 업무 중 아무리 열받는 일이 있어도 서너게임만 하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나 할 정도로 싹 잊어버리죠.”
조씨의 애버리지는 220. 상금랭킹 10위안에 드는 프로선수의 애버리지가 230정도이니까 웬만한 프로 뺨치는 실력이다.더욱 놀라운 것은 조씨가 이런 실력을 정식 레슨 한번 없이 혼자 쌓았다는 것.
그 뿐만이 아니다. 남들은 평생 한번도 해보기 힘들다는 퍼펙트를 러키세븐이 둘인 77개나 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9월까지 1년동안엔 무려 30번의 퍼펙트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냥 하다보니까 요령이 생기더라”는게 퍼펙트볼러가 된 그의 싱겨운 비결이다.
조씨는 볼링잡지를 여기저기 뒤져봐도 이만한 기록을 찾아볼 수 없어 기네스북에 이름석자를 올려볼까 생각중이다.
그가 볼링공을 처음 잡은 것은 아내 이상화씨(35) 때문. 한창 연애 중이던 92년. 이씨가 볼링을 배우겠다고 하기에 ‘님’ 따라나선 길에 아예 푹 빠져버렸다.
제주도 신혼여행을 가서 공항에 도착하자마자 간 곳도 바로 볼링장. 아예 작정을 하고 신혼여행길에 볼 2개를 들고 갔단다. 그럼 아내의 실력은? 먼저 배우겠다던 아내는 천식기가 있어 곧 포기해 그냥 볼을 굴릴 수 있는 수준이다.
1m78에 65㎏의 호리호리한 체격의 조씨가 퍼펙트를 그토록 많이 할 수 있는 비결은 뭘까?
그가 요즘 자주 대적하고 있는 평택 태산볼링센터 대표이자 현역 프로볼러이기도 한 엄용선씨(47)는 “스텝이 무척 유연해요, 폼은 아직도 글쎄지만 집중력이 무척 뛰어나 퍼펙트를 많이 내는 것 같다”고 평가한다.
조씨가 하루에 소화하는 게임은 평균 15번 정도.
매일 공만 굴리면 지겹지 않을까.
“인생하고 똑같아요, 레인 폭은 1m인데 1인치짜리 캐나다산단풍나무조각 39개를 붙여서 만들어진거죠. 요 위에서 어떤 날은 잘 굴러가 퍼펙트가 나오고 또 어떤 때는 옆 또랑으로 굴러떨어지기도 하고…. 변화무쌍한게 인생과 같지요, 누가 더 열심히 사는가가 문제쟎아요.” 볼링을 열심히 해도 ‘도사’가 되나보다.
<평택〓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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