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붐 2세’ 차두리(21·고려대)가 한국축구대표팀에서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차범근 전 국가대표 감독의 아들 차두리는 10월29일 ‘히딩크호 7기’로 처음 대표팀에 발탁된 신예. 사실 ‘대표급’이라기보다는 거스 히딩크 감독이 가능성을 점쳐보기 위해 뽑은 젊은 선수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그러나 차두리는 훈련을 거듭하면서 성장속도가 눈에 띄게 빨라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두텁게 받고 있다.
3일부터 제주 서귀포에서 열린 ‘히딩크호 8기’의 훈련. 차두리는 아직 자체 청백전에서 ‘베스트 11’에 들지는 못했지만 백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맹활약을 펼쳤다. 비호같이 빠르게 문전으로 쇄도하는 모습은 영락없이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서 그라운드를 휘저었던 ‘아버지’와 흡사했다. 너무 스피드가 빨라 수비수인 최진철이 번번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했다.
아직 경험이 적어 시야가 좁고 세밀한 기술이 떨어지지만 문전까지 저돌적으로 파고들며 슈팅을 날리는 모습은 상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할 정도로 파괴력이 있다.
대표팀을 따라다니는 한 기술위원은 “요즘 차두리를 보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대표팀 포지션 중 스트라이커 경쟁이 아주 심하지만 이런 추세라면 선배들을 밀어내고 23명의 엔트리에 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히딩크 감독은 “젊은 선수들에겐 대표팀과 같이 훈련하고 게임을 하면서 높은 수준의 축구에 대한 경험을 갖게 해줄 뿐이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지만 현대축구의 흐름인 스피드하고 파워넘치는 플레이를 펼치는 차두리에게 깊은 애정을 보이고 있다는 게 대표팀 한 관계자의 전언.
특히 네덜란드팀을 이끌고 98월드컵 4강까지 올랐을 때 스피드가 빠른 오베르마르스를 활용해 상대 측면수비를 허무는 작전이 주효했던 터라 히딩크 감독이 차두리를 보는 눈길은 예사롭지 않다.
차두리는 대학 1학년때인 99년말 오른쪽 새끼발가락을 다쳐 그동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올초부터 게임에 나갔는데 10월 올림픽상비군 소속으로 대구강화훈련 도중 대표팀과의 연습경기에서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 대표팀에 차출된 이후 급성장하게 됐다. 11월 열린 세 차례의 A매치에서 3회연속 출전한 데 이어 8기 멤버에도 발탁됨으로써 월드컵 본선 출전의 희망을 부풀리게 됐다. 86년 멕시코월드컵에선 선수로, 98프랑스월드컵에서는 감독으로 월드컵무대를 밟았던 아버지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의 대를 이어 꿈의 월드컵무대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주위에선 ‘아버지의 후광’ 때문에 너무 크는 것 아니냐는 사시석인 눈길이 있는 것도 사실. 하지만 차두리는 “아버지 때문에 내가 덕을 보는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기회로 생각하고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쳐 태극마크를 유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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