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의 핵으로 떠오른 ‘밀레니엄 스타’ 이천수(20·고려대). 그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다. 거스 히딩크 감독이 ‘나의 아들(my son)’이라고까지 부를 정도로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는데다 내외신 기자들로부터도 인터뷰 요청이 쇄도해 그야말로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9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미국과의 평가전이 끝난 뒤 만난 이천수는 최근의 기세를 반영하듯 거칠게 없었다.
“제가 말했죠. 미국은 우리의 월드컵 1승 상대니 꼭 이길 거라고요. 제가 결승골을 넣고 싶었는데…. 아쉽습니다. 그나마 (유)상철이 형에게 골을 어시스트해 마음이 편해요. 내년엔 제가 골을 넣어 이기도록 하겠습니다.”
이천수가 히딩크 감독을 비롯해 팬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이유는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는 자신감과 그런 자신감이 ‘허풍’에 그치지 않게 해주는 실력이 뒷받침하고 있기때문.
솔직히 이천수는 최근 ‘왕자병’으로 불릴 정도로 자신을 ‘과신’하는 면이 없지 않다. 어떤 인터뷰에서든 “한국무대는 제 구미에 맞지 않는다.난 유럽 체질이다. 빅리그에 진출해 유럽 최우수선수가 될 자신이 있다”고 당차게 말한다. 일부에선 “지나치게 튀는 것 아니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고 하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내년 월드컵이 끝난 뒤 유럽으로 진출할 겁니다. 월드컵은 제 인생에서 전환점이 될 것이고 여기서 당당하게 실력을 인정받아 어깨에 힘을 주고 유럽에 진출할 겁니다. 이탈리아나 스페인이 저한테 맞는 것 같아요.”
도대체 이천수의 이같은 자신감은 어디에서 기인하는 것일까.
“욕심입니다. 전 골찬스를 놓쳤을 때나 졌을 땐 분해서 잠을 못이룹니다. 승부욕이 강해요. 저에겐 이같은 욕심이 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지난해 유럽축구선수권대회를 견학갔을땐 경기를 보고 자세하게 메모한 뒤 다음날 곧바로 응용해 주위를 놀라게 했단다. ‘축구배우기’에선 결코 남에게 뒤지지 않는 욕심쟁이다.
그러나 이천수가 해외진출 등 모든 일에 자신을 가지게 된 것은 극히 최근 일. 바로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받으면서 부터다.
이천수는 지난해부터 해외진출을 추진해왔지만 이렇다 할 결과를 얻지 못했고 습관성 어깨 탈골과 부상, 그리고 시드니올림픽 칠레전에서 퇴장당하면서 일순간 ‘역적’으로까지 몰려 한동안 숨을 죽이며 지내야 했다. 이렇다보니 소속팀에서도 플레이가 잘 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 친히 ‘평가’하는 경기에서도 죽을 쑤기 일쑤였다.
기회는 8월 유럽전지훈련이 돼서야 찾아왔다. 훈련과 평가전을 통해 빠른 스피드에 저돌적인 특유의 거침없는 플레이로 히딩크 감독을 사로잡았던 것. 특히 현대축구의 흐름에 걸맞는 빠른 발을 갖춘데다 다양한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모습에 좀처럼 특정 선수에 대한 칭찬을 하지 않는 히딩크 감독도 아들처럼 귀여워하며 공개적으로 “내가 바라던 선수”라고 극찬을 할 정도가 됐다.
유럽 전지훈련때와 6일 열린 체력테스트에서 연거푸 대표팀내에서 1위를 차지하는 ‘강철 체력’을 가지고 있는 것도 히딩크 감독의 신임을 받고 있는 부분.
무엇보다 이천수는 체코(8월15일) 나이지리아(9월13, 16일), 세네갈(11월8일), 크로아티아(11월10, 13일) 등 최근 A매치에 한번도 빠지지 않고 출전해 맹활약하면서 국제무대에서 통한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최근엔 히딩크 감독님이 저한테 주문을 많이 해요. 날개로 내보내기도 하고 공격형미드필더나 처진 스트라이커로 기용하기도 해요. 제가 스피드가 좋으니까 그런가 봐요. 최근엔 ‘넌 전담 키커니까 항상 프리킥와 코너킥을 많이 연습해라’고 말했어요.” 이천수는 이같은 히딩크 감독의 요구가 ‘당연히 자신이 받아야할 것’이라는 듯 “한국의 월드컵 16강은 제 발끝에서 시작될 겁니다”는 말을 남기고 경기장을 떠났다.
▲이천수 누구인가
▽생년월일〓1981년 7월9일
▽체격조건〓1m72, 62㎏
▽포지션〓미드필더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포지션〓좌우 사이드 어태커
▽학력사항〓부평고→고려대
▽가족관계〓2남중 막내
▽좋아하는 선수〓이탈리아대표팀 델 피에로
▽100m주파〓12초
▽대표경력〓청소년대표, 2000시드시올림픽대표, 2002월드컵대표
▽A매치 통산기록〓16경기 3골
▽A매치 데뷔〓2000년 4월5일 라오스전
▽A매치 첫 골〓2000년 4월5일 라오스전
<서귀포〓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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