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Team Review - SK 와이번스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6시 46분


2001 Record

60승 71패 2무 / 승률 0.458(7위) / 득점 597(8위)-실점 640(2위)

2001시즌

무승부 제도만 아니라면 100패를 넘었을 1999년 레이더스는 와이번스로 이름을 바꾸고 2년 만에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수준까지 전력을 끌어올렸다. 과거 이들을 짓누른 패배 의식과 열등감은 이제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지난 2년 간 빠른 속도로 팀 체질 개선을 이룩했지만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와이번스 프런트는 강팀으로 거듭나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있으며 코칭스태프 및 선수단 역시 이러한 프런트의 기대에 부응할 준비가 되어있다. 2002 시즌은 문학 야구장의 개장과 함께 SK 와이번스에게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HOT & COLD

앞서 잠깐 언급했지만 와이번스는 지난해에 비해 비약적인 성적 향상을 일궈냈다. 지난해 와이번스의 승률은 0.338에 불과했다. 이러한 이례적인 성적 향상은 투수들이 주도했다. 이승호-페르난도 에르난데스는 나란히 220이닝을 넘기며 3점대 방어율을 기록했다. 154.1이닝 동안 방어율 4.37을 기록한 김원형도 빼놓을 수 없다. 이승호-에르난데스-김원형이 선발진을 이끌었다면 불펜에는 오상민과 조규제가 있었다. 오상민은 규정 이닝을 채우며 방어율 5위에 올랐으며 조규제는 방어율 3.55(106.1이닝)을 기록하며 재기했다. 팀 전체 투구 이닝의 70%가 넘는 이닝을 소화한 이들 다섯 투수들의 활약으로 올해 와이번스는 8개 구단 가운데 두 번째로 적은 실점을 허용했다. 타선에서는 두 명의 외국인타자의 활약이 독보적이었다. 틸슨 브리또는 타율 0.320, 22홈런, 80타점, OPS 965의 빼어난 성적으로 허약한 내야를 지켰으며 호세 에레라도 중견수로서 인상적인 타율 0.340, OPS 898을 기록했다. 이 밖에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안재만, 이진영, 윤재국, 채종범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그러나 브리또, 에레라를 제외한 나머지 타자들은 시즌 내내 무기력했다.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타율/출루율/장타율은 당연히 8개 구단 가운데 가장 낮은 596득점으로 이어졌다. (올해 와이번스는 유일하게 600득점을 넘어서지 못했으며, 득점 7위 한화 이글스와 가장 많은 점수를 얻어낸 삼성 라이온즈와의 차이(80점)를 감안하면 와이번스와 이글스의 차이(63점)는 결코 작지 않다.) 포수 강성우는 OPS 400을 간신히 넘겼으며, 강혁-양현석-이호준이 맡은 1루/지명타자 포지션도 실망스러웠다. 2루수 최태원은 OPS 665에 그쳐 '철인' 칭호를 반납해야 할 처지이며, 조원우는 이진영-윤재국-채종범과 벌일 주전 경쟁이 버겁다. 클로저를 맡기기 위해 거액을 들여 현대에서 영입한 조웅천은 5.63의 방어율로 부진했으며, 기대를 모든 대형 신인 정대현은 한계를 드러냈다. 몇몇 투수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는 강병철 감독의 투수 운용 스타일도 문제로 지적된다.

베스트 플레이어

올해 와이번스에서 베스트 플레이어를 선뜻 결정하기가 쉽지 않다. 브리또, 이승호, 에르난데스 모두가 대단히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유격수로서 대단히 훌륭한 타격 성적과 리그 최고 수준의 수비 능력을 감안하면 브리또의 손을 들어주고 싶다. 2001 골든 글러브는 브리또를 외면했지만, 올해 브리또가 박진만보다 뛰어난 유격수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투표인단을 제외하면 별로 없어 보인다.

이제 아무도 오상민을 'LG 킬러'라고 부르지 않는다. 더 이상 LG만의 천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해 100.2이닝 동안 방어율 4.74를 기록하며 가능성을 인정받은 오상민은 올해 133.2이닝 동안 방어율 3.57을 기록하며 절정의 기량을 과시했다. 구위를 나타내는 지표 역시 지난해에 비해 몰라보게 향상됐다.

피안타율HR/9IPBB/9IPk/9IPK/BB
20000.2672.064.476.441.44
20010.2431.082.908.152.81

절반 가까이 줄어든 피홈런과 피안타율, 9이닝 당 허용한 볼넷-삼진은 어느 정도 구위가 완성되었음을 보여준다. 염려스러운 건강 문제가 아니라면 앞으로 몇 년간 올해와 다름없는 활약을 보여줄 것이다.

오프시즌 과제

오프시즌 과제를 내주기에 그간 SK 프런트는 이미 많은 일을 해냈다. 김원형을 붙잡고 FA 김민재를 영입했다. 그리고 삼성과의 초대형 빅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트리플A 타점왕 출신 호세 페르난데스 영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제 브리또를 대신할 새로운 외국인선수는 선발투수로 뽑아야 한다. 이용훈이 가세하지만 오상민이 빠지는 출혈은 작지 않기 때문이다. 조웅천의 구위 회복이 절실하며, 포수 포지션의 전력 강화도 필수적이다. 가능하다면 김동수 영입까지 성사시켜야 한다.

A Closer Look

올해 이승호-에르난데스는 나란히 220이닝을 넘겼다. 한 시즌에 133경기를 치르는 한국에서 결코 적지 않다. 게다가 이승호는 이제 고졸 2년차이다. 세심하게 보호받아야 할 나이는 지났다 하더라도 에르난데스에게 역시 230이닝은 부담스럽다. (에르난데스와 비슷한 나이에 한국에서 225이닝을 던진 대니 해리거(LG)의 올해 성적은 지난해 혹사의 여파에서 자유롭지 않다.) 그러나 더욱 문제는 이들의 등판 경기에서의 투구수이다. 다음은 투구수 별 등판 경기수이다.

이승호에르난데스
140개 이상11
130-13945
120-12959
110-11948
100-10933

일반적으로 투구 이닝을 기준으로 혹사 여부를 판단하지만 실제 부상으로 직결되는 것은 지친 상태에서 계속 투구하는 행위이다. 그리고 개인차가 존재하지만 한 경기에 110개 안팎의 투구수가 적당하다고 알려져 있다. 이승호, 에르난데스의 등판 경기에서 110개가 넘는 투구수를 기록한 경기를 따져보는 것은 무의미한 일로 보인다. 120개가 넘는 경기 역시 두 투수 모두 10경기가 넘는다. 강병철 감독은 선발 투수가 호투할 경우 투구수에 상관하지 않고 선발 투수를 끌고 간다. 이는 이승호나 에르난데스의 경우를 통해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부상 전력을 가진 김원형이 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것 역시 이러한 투구 패턴과 무관하지 않다. 다른 구단도 아닌 지금 당장 보다는 내일을 준비하는 와이번스의 투수 운용이기에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유감스럽지만 내년 시즌 두 투수 가운데 한 명이 전력에서 이탈한다 하더라도 크게 놀랄 일이 아니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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