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박항서 대표팀 수석코치가 말하는 한국축구

  • 입력 2001년 12월 13일 17시 33분


《“히딩크 감독은 한국이 결승까지 간다고 장담해요. 본선 일정도 좋고 홈 이점도 있는 만큼 어느 팀이든 이길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내죠.”

지난 1년간 거스 히딩크 감독(55)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며 동고동락한 박항서 한국축구대표팀 수석코치(44)가 12일 서울 타워호텔에서 가진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를 통해 모처럼 입을 열었다.

월드컵 본선 조추첨이 끝난 후부터 밤잠을 설칠 정도로 신경이 예민해졌다는 그는 애초 나설 위치가 아니라며 주저했지만 일단 이야기가 시작되자 히딩크 감독과 대표팀의 모든 것을 속 시원히 풀어냈다.

박 코치가 말하는 한국축구대표팀을 개인전술(Technic), 팀전술(Tactic), 체력(Physic), 정신력(Mental) 등 ‘히딩크 축구 4대 요체’로 나눠 알아본다.》

▽개인전술〓히딩크 감독이 코칭스태프에 내린 제1계명은 “절대 선수를 질책하지 말라”는 것. 잘못을 범해도 선수 스스로 생각해 얘기하게끔 해야 절대 잊지 않는다는 것이다. 선수 선발 때도 히딩크 감독은 “저 선수는 안 돼”라는 부정적인 표현을 안 쓴다. 대신 ‘숨은 가능성 찾기’에 적극적이다. 미드필더 이을용이 윙백으로 자리를 굳힌 것이나 윙백 이영표가 미드필더로 변신한 게 대표적.

선수들의 기량 향상을 위한 방법도 과학적인 분석틀을 활용한다. 이미 비디오와 컴퓨터 프로그램을 활용한 선수 장단점 분석에 들어갔고 1월 중 결과가 나오면 이에 따른 훈련 방법을 제시할 예정이다. 특히 마무리가 약한 한국 스트라이커들은 골프에서처럼 슈팅 자세까지 교정할 예정이다.

▽팀전술〓‘생각하는 축구’가 핵심이다. 자체 경기를 할 때 종료 5분 전 경기를 중단시킨다. 지고 있는 팀에 “남은 5분 동안 모험을 할 것이냐, 한다면 어떤 전술로 할 것이냐”고 묻고 또 이기고 있는 팀에 “리드를 지키기 위해 어떤 식으로 할 것이냐”며 과제를 던진다. 다시 종료 2분 전 또 한차례 경기를 중단시켜 “조금 전 말한 전술이 잘 안 통하는데 새로운 전술은 없느냐”고 묻고 대안을 제시한다. 팀 전술을 흔히 4-4-2 등과 같은 시스템으로 이야기하는데 이는 무의미하다. 맡은 위치에서 100% 자기 역할을 수행하고 인접 포지션과 유기적인 플레이를 펼치는 게 팀전술이다.

▽체력〓대회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에게 ‘맞춤식’ 웨이트 프로그램을 주고 한국 코칭스태프가 전화로 체크한다. 9일 미국전이 끝나고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11’이 사실상 확정되는 내년 1월부터는 선수별 장단점에 따른 2단계 체력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아울러 선수들에게 볼을 빼앗기지 말도록 책임감을 강조하고 있다. 손쉬운 볼을 놓치면 곧바로 상대의 역습을 허용해 엄청난 체력 손실을 안게 된다.

▽정신력〓히딩크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나약하다”는 말을 자주 한다.

박항서실전에서나 연습 때 선수들이 어지간히 다쳐 쓰러져도 팀닥터를 못 가게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아울러 선후배간의 엄격한 위계 질서로 팀 내 의사소통이 잘 안 되는 점도 처음엔 불만이었다. 히딩크 감독은 이를 식당에서부터 개혁했다.

전 선수가 모일 수 있는 식사 때만큼은 엄격히 시간을 지키도록 해 대화를 유도하는 한편 주장을 통해 매번 선후배가 골고루 섞일 수 있도록 자리를 바꿔 앉게 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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