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추칼럼]황제와 鼻

  • 입력 2001년 12월 20일 14시 53분


'황제' Michael Jordan 과 '鼻' Kobe Bryant

예전 모 방송 프로그램 중에서 '비교한 거 있어요~' 라는 유행어를 만들어냈던 비교 코너가 있었는데, 이를 NBA 에 적용한다면, 아마도 가장 자주 도마에 올랐던 비교감.. 저 둘이 아니었을까 싶다.

MJ 팬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감히 황제에게 까불다니!' Kobe 팬들의 대답 역시 한결 같다. 다소 눌리는 감은 있지만, '그래도 코비는 아직 젊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 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아마도 대다수의 MJ 팬들은 MJ 와 타 선수들 간의 비교 자체를 용납하려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만큼 위대한 선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MJ 팬들은 'Next Jordan'이라는 문구에 대해 어느 정도 반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이는 필자가 가장 싫어하는 문구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개개인이 생각하는 'Next Jordan' 에 대한 의미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개인적 생각은 다음과 같다.

1. MJ-style

말 그대로 MJ 틱한 선수. 공수에서 모두 완벽해야 하고, 특히 정교한 페이더웨이 점퍼를 구사할 줄 알아야 하며, 클러치 능력까지 겸비해야만 하는 선수를 의미하는 것이리라. 결정적으로 그 자격 조건은 스윙맨으로 제한된다. 물론, 매 시즌 득점왕 레이스에서 선두 자리를 다투어야 한다. MJ 틱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 가운데, 현존하는 최고봉은 아마도 Kobe 일 것이다. 그래서 그만큼 비교의 대상이 되기 쉬웠으리라.

2. Scoring Leader

개인적 생각에 이는 우리 언론들이 가장 선호하는 'Next Jordan'이 아닐까 싶다. Allen Iverson이 MJ 시대가 끝난 첫 번째 시즌에서 득점왕에 올랐을 때,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던 문구였으니까.

3. Dominator

필자가 고집하는 'Next Jordan'은 바로 이 것이다. 말 그대로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 MJ 가 90년대를 지배했던 것처럼 그 이후 시대를 지배할 수 있는 선수. 그러한 선수가 바로 'Next Jordan'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정한 'Next Jordan'은 Shaquille O'neal 이다.

('제 2의 Larry Bird', '제 2의 Magic Johnson'을 찾을 때와는 다소 다른 방식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저 두 선수는 플레이 스타일이나 사이즈 등등 면에서 아류를 찾기 힘든 굉장히 독특한 케이스였기 때문이다. (Keith Van Horn 이 제 2의 Larry Bird? 3번이 가능한 장신 백인이라는 점 외에는 두 선수가 갖는 공통점 같은 건 없다.) 다만 MJ는 슈팅 가드 포지션이고, 운동 능력을 바탕으로 한 상태에서 기량을 만개했던 선수이기 때문에 100%, 아니 90% 까지 근접한 선수는 찾기 힘들지 몰라도 그와 비슷한 스타일(오해하지 말라. 말 그대로 '비슷한')의 선수는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

아마도 이 논쟁의 핵심은 이 것이 아닐까? 'MJ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Kobe가 MJ만큼 위대한 선수가 될 수 있을까?' 혹은 'MJ와 플레이 스타일이 비슷한 Kobe가 MJ를 제치고 역대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까?' 근데, 이거 한 가지만 생각해보자. Kobe의 플레이 스타일 자체가 MJ와 흡사하다고 해서 그가 MJ가 되는 건 아니다. Kobe는 MJ와 분명 다르다. 득점왕을 노릴 수 있을 법한 득점력, 공수에서의 완벽함, 뛰어난 운동 능력과 클러치 능력, 그리고 냉정함 등은 전성기 시절의 MJ와 흡사하지만, 그는 현재 레이커스에서 Phil Jackson이 불스 시절 MJ에게 요구하지 않았던 포인트 가드의 역할까지 소화해내고 있다. 즉, 그를 불스 식으로 표현하자면 MJ와 Pip의 퓨전형 개념인 것이다.

또한, Kobe는 SHAQ라는 괴물과 함께 뛰고 있고, SHAQ가 차지하는 공격 비중을 감안해봤을 때, Kobe가 차지하는 공격 비중은 불스 시절의 Jordan 만큼 절대적으로 인정 받고 있지 못하다. 물론, 이는 Kobe의 능력과는 상관없다. 로스터에 의한 팀 시스템 자체가 그러할 뿐이다.

시대가 달리 걸쳐 있는 선수들 간의 직접 stats 기록은 큰 의미가 없다. 다만, 어느 시대에서나 통용될 수 있는 커리어의 카테고리들은 분명 존재한다. 그런 면들을 한 번 보자. 10차례의 리그 득점왕(역대 1위), 역대 평균 득점 랭킹 1위, 5번의 리그 MVP, 6개의 챔피언쉽 링과 6번의 파이널 MVP, 한 차례의 NBA 수비왕 선정을 비롯 총 9차례의 ALL NBA Defensive First Team 선정, 그리고 10차례의 ALL NBA First Team 선정 등등등등등... 믿을 수 없지만, 이런 선수가 하나 있다. Michael Jordan이라고.

Kobe는 결코 MJ의 화려한 커리어에 근접할 수 없을 거라구? 일리는 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커리어는 사람의 것이라 믿기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Kobe는 이제 23-4세이고, 벌써 프로 6년차이다. 그에게는 아무리 적게 잡아도 최소 10시즌 이상이 남아있다. 게다가 당시의 MJ는 지금의 Kobe 만큼의 정교한 풀업 점퍼 능력이나 수비에서의 도미넌스함을 보유하지 못했다. 득점왕 타이틀은 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SHAQ가 은퇴하기 전까지는. 그러나 Kobe는 여러 면에서 충분히 위대한 업적을 쌓아나갈 수 있을 것이다.

MJ 팬들이 언급하는 Kobe와 MJ의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Leader' 개념에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싶다. MJ는 불스의 리더였으나나 Kobe는 레이커스가 리더가 아니다라는 점. 당연한 얘기이다. 90년대 불스는 MJ와 Pip의 팀이었으며, 레이커스는 SHAQ와 Kobe의 팀이기 때문이다. 다만 MJ가 보다 강력한 리더처럼 보이는 이유는 당시 불스의 셋 오펜스가 Jordan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이고, 현재 Kobe의 팀 장악력이 다소 약해 보이는 이유는 레이커스의 셋 오펜스에서 SHAQ와 Kobe의 비중은 우열을 가리기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둘 다 농구를 아는 선수들이며, 공수에서 모두 장악력을 발휘할 수 있는 선수들이다. Kobe는 MJ가 될 필요가 없으며, 그러한 상황에 현재 처해있고, MJ는 그 누구도 쉽게 손댈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을 쌓아놓은 전설이다. 그런 둘을 비교하여 무조건 하나의 결론을 내려야 한다는 건.. 글쎄..

Kobe 팬들은 그들의 영웅이 MJ라는 전설에 접근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할 것이고, MJ 팬들은 그들의 영웅이 그 누구에게도 침해 받지 않는 전설 자체로 남아있기를 희망할 것이다. 그렇다고 두 계층이 지존 자리를 놓고 싸울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사실 23-4세의 선수와 전설이 되어버린 선수를 비교하여 우열을 가린다는 것 자체가 웃긴 일 아닌가?

만약 불스 시절의 MJ와 레이커스의 Kobe가 똑같은 롤을 부여 받고 똑같은 출전 시간을 보장 받으며 똑같은 스타일의 플레이를 펼쳤다면 두 선수 간의 비교가 수월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위에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현재까지의 Kobe를 놓고 보면 두 선수는 분명 약간은 다른 방식에서 코트를 지배해왔다.

MJ는 농구 정말 잘했고(물론, 지금도 잘한다.) Kobe 역시 농구 정말 잘한다. MJ는 이미 이 바닥 최고의 전설이 되 버렸고, Kobe는 이 바닥의 새로운 전설이 될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음을 코트 위에서 입증해주고 있다. 즉, MJ처럼 되려 한다는 이유로 Kobe의 가능성을 무시할 필요도 없는 것이고, MJ의 위대함에 태클을 걸 필요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스포츠 종목, 아니 어떤 분야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겠지만, 'The Greatest'에 대한 정의는 쉽게 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Maradona와 Pele 중에서 누가 더 위대한 축구 선수라고 생각하는가? 개인적으로는 Maradona를 꼽고 싶다. 왜냐하면 Pele의 90분 경기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팬들은 자기 시대의 스타를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법이다. MJ 보다 더 위대한 농구 선수가 나올 순 없다라고 믿고 싶겠지만, 반드시 그러라는 법은 없는 것이다. 이 정도의 가능성은 열어두고 NBA 리그를 감상하는 것. 어느 정도는 필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다.

자료제공: 후추닷컴

http://www.hooc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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