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유럽으로 떠난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이 허리 확정이라는 ‘방학 숙제’로 씨름을 하고 있다.
올 한해 한국 대표팀을 이끌었던 히딩크 감독은 연말 결산 기자 회견에서 “베스트11의 90%를 확정했다”며 “내년 초에 완벽한 라인업을 만들어 월드컵 전술을 완성하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나머지 10%. 축구 전문가들은 미완의 10%가 그라운드의 사령탑인 ‘키 플레이어’라는 데 입을 모았고 히딩크 감독도 이를 부인하지 않았다.
히딩크 감독은 지난 1년간 숱한 선수들을 다양한 포지션에 테스트해본 결과 나름대로 최상의 베스트11 윤곽을 그려냈다. 설기현이나 황선홍을 공격 꼭지점으로 왼쪽 라인 이천수-이을용-김태영까지는 사실상 확정했고 오른쪽 라인도 최태욱을 앞세운 가운데 송종국이나 최성용, 최진철이 뒤를 떠받치는 형태로 밑그림을 그렸다.
문제는 공수 연결 고리로 팀 플레이의 중추 역할을 해낼 허리. 이영표 김남일 박지성 유상철 등 다양한 카드를 실험해 봤으나 결과는 모두가 ‘괄호 안’이었다. 체력을 바탕으로 한 강한 압박으로 수비 기여도는 높았으나 최근 공격축구로 나선 이후 가진 몇 차례 평가전에서 한계를 절감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뿜어 나오는 날카로운 패스가 부실하다 보니 공격루트가 측면돌파로 단조로워졌고 이나마 매 경기 시간이 경과하면서 이를 간파한 상대 수비 라인에 막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또 중앙 미드필더의 침투가 늦어지면서 측면 센터링도 그다지 위협적이지 못했다.
패싱력과 테크닉이 뛰어난 윤정환(세레소 오사카)-안정환(이탈리아 페루자)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10년 넘게 한국의 중앙 수비를 이끌었던 홍명보 역시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공교롭게도 세 선수는 모두 불운을 겪고 있다. 윤정환은 소속팀 세레소 오사카가 내년 시즌 2부리그로 탈락했고 안정환은 이탈리아 페루자에서 벤치 신세를 못 면하고 있다. 홍명보 역시 부상이 장기화되고 있다. 장고에 들어간 히딩크 감독이 어떤 묘수를 둘지 주목된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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