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유럽파는 우울… 일본파는 순조

  • 입력 2001년 12월 25일 17시 52분


유럽파 안정환(위)과 설기현
유럽파 안정환(위)과 설기현
‘유럽파’와 ‘일본파’. 올 시즌 극명하게 엇갈린 희비를 맛본 이 두 부류의 한국축구 해외파 스타들은 올해 말을 ‘서로 다르게’ 보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25일 일시 귀국한 유럽파의 대표격인 ‘테리우스’ 안정환(25·이탈리아 페루자)은 28일 결혼식을 앞두고 있어 표정은 밝아 보였다. 그러나 얼굴 한구석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신혼의 단꿈에 젖기엔 프로선수로서 활약상이 너무 미미했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16게임 중 8게임을 뛰었는데 단 하나의 공격포인트도 올리지 못했다. 6개월 재임대기간이 다 끝나가는데도 페루자는 완전이적에 대해 얘기도 꺼내지 않고 있다. 다른 팀에서도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자칫 국내로 복귀할 수도 있는 복잡한 상황에 처해 있다. ‘빅리거’로 우뚝 선 모습을 신부에게 선물하려 했는데 여의치 않았다.

23일 연말 휴가를 보내기 위해 입국한 설기현(22·벨기에 안데를레흐트)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팬과 만남의 기회도 갖고 언론사 스포츠대상 수상자로 거론되는 등 한껏 주가를 올리고 있지만 마음은 편치 못하다.

그 역시 이번 시즌 이렇다할 활약을 못했다. 그라운드보다는 주로 벤치를 지키는 일이 많았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소속팀은 그를 아직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올 7월 소속팀과 3년간 계약했는데 “지금 같은 상태면 월드컵이 끝난 뒤 다른 팀으로 가고 싶다”고 폭탄선언까지 했다.

이에 반해 ‘일본파’는 비교적 순조로운 한해였다. ‘독수리’ 최용수(제프 유나이티드 이치하라)는 21골을 터뜨려 J리그 득점 공동 2위에 올라 한껏 한국인의 기세를 드높였고 ‘꾀돌이’ 윤정환(28)도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어난 활약을 펼쳐 세레소 오사카와 1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여기에 황선홍과 유상철(이상 가시와 레이솔)도 평년작 이상을 했다. 다만 홍명보가 부상으로 제대로 뛰지 못했고 가시와 레시솔을 떠나 다시 포항 스틸러스로 복귀한 것이 ‘옥에 티’였을 뿐이었다.

<양종구기자>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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