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한전 노장선수 아름다운 투혼

  • 입력 2001년 12월 28일 17시 44분


4세트 24-19. 삭발한 한국전력의 최고참 김철수(31)가 중앙속공으로 공을 때리는 순간 흰 공은 코트에 꽂혔다. 주전들의 평균 연령이 29세에 육박하는 ‘노장팀’ 한국전력이 대한항공을 세트스코어 3-1로 격파하는 순간. 김철수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허공을 내지르는 듯한 득의의 제스처를 취했다.

“사람들은 제가 나이가 많다고 말들이 많은데 마흔까지는 끄떡없습니다.” 시즌 때면 삭발을 하고 경기에 나서던 김철수는 올 시즌에도 머리를 빡빡 밀고 나왔다. 탈모증세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후배들에게 정신무장을 강조하는 무언의 암시이기도 하다. 다른 곳에서 코치제의를 받기도 했지만 아직 선수로 뛰고 있다.

그는 4년여 동안 매년 여름이면 동해안 해변에서 열리는 ‘비치발리볼’대회에 참가해온 것이 체력유지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비치발리볼대회에는 역시 최고참인 팀동료 차승훈(31)과 함께 2인1조가 되어 출전해왔다.

“모두들 오래하다 보니 이제는 눈빛만 봐도 무슨 뜻인지 압니다. 나이들은 많지만 모두 한 번 해보자고 뭉쳤습니다.”

28일 목포 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02 현대카드 배구 슈퍼·세미프로리그 남자실업부 한국전력과 대한항공의 경기.

엔트리 18명에도 못 미치는 14명의 선수로 경기에 나서고 있는 한국전력이 이번 시즌 첫 경기에서 강호 대한항공을 격파하고 귀중한 첫 승을 올렸다. 주전들은 거의 대부분 20대 후반으로 이 팀의 막내도 다른 팀에 가면 중고참 대우를 받는다는 정도. 선수층은 얇지만 노련미가 살아있는 팀 컬러를 앞세운다.

노련미가 진가를 발휘한 경기였다. 한국전력은 초반부터 강서브를 넣으며 대한항공의 서브리시브 불안을 유도하며 조직력 흔들리기에 나섰다. 선수들은 상대적으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며 기복이 없는 플레이를 펼쳤다. 한국전력은 1, 2세트를 먼저 따내고 3세트를 내주었으나 4세트를 따내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목포〓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남자실업부

한국전력 3-1 대한항공(1승)(2패)

▽여자부

현대건설(3승) 3-0 한국도로공사(2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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