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왼쪽 공격수로 자리를 잡은 이천수(21·고려대)도 연말이 없는 선수 중 한명. 신문, 방송의 인터뷰와 출연 요청, 각종 행사의 참석 요청이 잇따르고 있지만 운동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오전은 대개 웨이트 트레이닝과 런닝 등으로 체력을 다지고 일정이 잡혀 있는 오후에도 틈 나는 대로 운동을 한다. 아예 승용차에 유니폼을 넣고 다닐 정도.
이천수를 비롯한 대표팀 선수들은 거스 히딩크 감독으로부터 ‘숙제’를 받았다. 이른바 ‘파워 웨이트 트레이닝 프로그램’. 하체와 복근 강화에 중점을 둔 이 프로그램은 선수에 따라 운동 방법과 횟수 등 처방을 달리했다. 무릎과 복근, 허벅지 뒤쪽의 근육 운동을 주로 하는 이천수의 경우 보통 1시간이 조금 넘게 걸린다.
체력 강화를 위한 ‘묘지 훈련’도 이천수의 중요한 일과. 집 근처 인천 시립 공동묘지의 경사가 심한 언덕을 40분가량 쉬지 않고 뛰어 올라가는 훈련은 체력이라면 대표팀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천수에게도 만만치 않은 일. 이천수는 “대표팀 체력 테스트에서 일등 할 수 있었던 것은 언덕을 뛴 덕분”이라며 “그곳에 누워 계신 할머니, 할아버지를 찾아 뵐 수도 있어 훈련 장소로 그만”이라고 말했다.
국내 프로 구단에 소속된 선수들은 대부분 팀 훈련에 참가하면서 몸 다지기에 주력하고 있다.
27일 팀 훈련에 합류한 송종국(23·부산 아이콘스)은 부산 전지 훈련을 떠나기 전까지는 서울 집 근처의 아파트 단지에서 혼자 연습을 해왔다. 송종국은 “주위에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 보통 밤 9시가 넘어서 훈련을 한다”며 “연말 분위기를 느낄 틈도 없다”고 말했다. 최태욱(21·안양 LG)도 26일부터 팀의 진주 전지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경기 중 오래 뛰면 쥐가 나곤 했던 현상을 고치기 위해 하체 훈련에 주력하고 있는 중. 왼쪽 무릎의 보강 훈련을 지시받은 이을용(26·부천 SK)은 “29일 팀 훈련을 마친 뒤에도 구단 연습장을 이용할 계획”이라며 의지를 불태웠고 김태영(31·전남 드래곤즈)은 왼쪽 무릎 부상으로 일산의 한 병원에서 재활 훈련에 매달리다 27일 팀 훈련에 소집됐다.
휴가가 바쁜 것은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선수들뿐만이 아니다. 코칭 스태프도 하루가 멀다하고 선수들에게 전화를 해가며 몸 상태와 훈련 진척도를 체크하느라 정신이 없다. 이 역시 히딩크 감독이 부여한 ‘임무’다.
<주성원기자>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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