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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로는 맞아도 주죠”정은순선수 남편 장재호씨 |
(①결혼기념일 ②자녀 ③가장 기뻤을때 ④자녀가 운동을 하겠다면? ⑤결혼기념일 때 받은 선물중 가장 감동적이었던 것은?)
#남자와 여자가 만날때…결혼
차영주(이하 차)〓어휴, 저는 말도 마세요. 집안에서 얼마나 반대가 심했는데요. 축구선수이기 때문에 ‘절대 안된다’고 하시는 거예요. 차라리 야구선수면 결혼시켜주겠다고 하셨어요. 축구선수는 신체적 접촉이 많으니까 다치면 인생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며….
김민희(이하 김)〓물론 집안의 반대가 있었는데 사람 인생이 어디 또 그런가요? 언젠가는 그이가 잠재적인 능력이 있기 때문에 가능성은 있을 거라고 믿었지만 지난해처럼 잘 할 줄은 솔직히 몰랐어요. 남편이 2000년말에 막내(효수) 태어나면서 충격을 많이 받았나봐요. 막내 낳고 그러더라구요. “이제 우리집 발가락이 50개(다섯 식구)나 된다”고요. 아이낳고 살면서 그이가 “잘 되면 꼭 면사포를 씌워주겠다”고 했는데 지난해 드디어 결혼식을 올렸어요. 식장에서 ‘울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나갔는데 아이들을 앞세우고 남편과 동시입장할 때는 가슴에서 뭔가 울컥하는 게 있더라구요.
권세진(이하 권)〓저는 팬들 때문에 고생 많이 했어요. 오빠가 워낙 여성팬이 많았잖아요. 한번은 한 여성팬이 “죽이겠다”고 학교를 찾아온 적이 있어요. 우린 캠퍼스커플(성균관대)이라 학교안에선 다 알려져 있었거든요. 이 팬이 학교로 날 찾아왔길래 도망가고 난리났었죠. 같은 과 남자선배들이 “세진이 유학갔다”고 거짓말을 해 간신히 위기를 넘겼죠.
장재호(이하 장)〓다들 고생이 많으셨구나. 제 경우엔 제가 운동(유도)을 했었기 때문에 집안의 반대는 없었어요.
#부정탄다?…부부관계
차:95년에 결혼했는데요. 당시 일화 박종환감독님이 “여자를 가까이 하면 안 된다”며 1주일에 딱 한번 집에 보내주셨어요. 경기 끝나는 다음날에요. 그래서 신혼인데도 주말부부된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우리 신랑도 그런 걸 많이 따지는 편이죠. 게다가 신경이 아주 예민해서 잘 때 시계소리 나면 배터리를 빼버릴 정도예요. 지금도 우리 부부는 각방써요. 신경쓰일까봐 아이들을 제가 데리고 자야 하거든요.
김:그래요? 저희는 그런 거 안따지는데(웃음). 우린 떨어지면 못 자요.
장:여자의 경우는 약간 차이가 나는 것 같아요. 신체리듬이 다 다르죠. 모 선수의 경우는 오히려 생리할 때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한다고 얘기를 들었어요. 그리고 올림픽과 아시아경기대회에서 여자대표 선수들을 상대로 테스트한 결과 생리때 더 좋은 성적이 나왔데요.
권:적당히 하죠. 무시할 건 무시하고….
#칼로 물베기?…싸움
권:싸움이요? 안 하면 부부도 아니죠. 우린 싸우면 서로 말을 안 하는 편이예요. 서로 치고 받는 건 없어요. 그러면 안되죠. 배구선수 손은 ‘살인무기’인데….
장:싸우면 경기를 더 잘하는 것 같아요. 다른 데 신경 안 쓰고 경기에만 집중하는 스타일인가 봐요. 남자들은 여자와 싸우면 본인만 손해이기 때문에 될 수 있는대로 싸움을 피하죠. 스트레스 쌓이면 어디가서 벽을 쾅쾅 치든지 소리를 지르든지 아내가 안보는 곳에서 풀어요.
김:시즌중엔 한번도 안 싸워봤어요. 싸우기 전에 제가 참죠.
차:우리도 참 많이 다퉜는데요. 설사 태용씨가 잘못을 했다고 해도 항상 제가 먼저 고개를 수그려요. 경기열리기 하루나 이틀전에 숙소로 찾아가 애교 떨고 해서 다 풀어주죠. 그이는 싸우고 나면 경기력에 영향이 미치거든요.
#으이그 웬수…후회
김:말로 그걸 다 어떻게 설명하겠어요. 시즌때 새벽 1시에 들어와 자고 오후 1시에 나가고 나면 그야말로 난 ‘가정부’라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원정경기다 전지훈련이다 해서 1년에 절반은 나가 있잖아요. 애들 아픈데 남편이 없을때도 후회가 돼요. 남편이 전화와서 “애들 잘 있냐”고 하면 병원에 있는데도 걱정할 까봐 “잘 있다”고 해요.
권:저는 오빠가 갔다 오고, 갔다 오고 그러니까 별로 안 질리던데…. 오랜만에 보면 항상 신혼같잖아요.
차:아이들 낳을 때 남편이 한번도 옆에 없었어요. 첫째 아이는 남편이 병원으로 달려오던 중에 낳았고 둘째 낳을때도 없었어요. 당시 다른 집 남편들이 산모를 주물러주고 그러는 게 어찌나 부러웠던지 절로 눈물이 나데요.
#사소한 것에도 눈물…감동! 또 감동!
차:한번은 경기를 끝낸 남편이 집에 와서 설거지하고 청소해준 적이 있어요. 축구선수들 90분 뛰면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지치는 것 아시죠? 그 힘든 몸으로 들어와서 집안일을 해주는 걸 보고 너무 감동받았어요.
권:오빠가 좀 감정표현에 서툴러요. 그게 항상 불만이죠. 그런데 결혼기념일에 자신의 마음을 솔직하게 담은 시 몇편을 직접 써서 주는거예요. 정말 기뻤어요.
장:당연히 숙소에 있을 줄 알았는데 아내가 집에 딱 와있을 때 감동을 받았죠. 제가 감동을 준 적도 있는데요. 지난해 여름리그에서 삼성생명이 한창 부진했어요.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줄까”하고 물어봤더니 편지를 써달래요. 편지 한통을 써줬더니 다음날 경기를 이겼어요. 그래서 준결승, 결승때까지 매일 편지를 썼죠. 남자들 돈 안들이고 여자들 감동시키는 방법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편지쓰기예요. 여자는 거기에 뿅 갑니다.
김상수기자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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