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국 샌디에이고 힉맨필드에서 열린 한국축구대표팀의 새해 첫 훈련은 전날 장시간 비행기 이동에 따른 피로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전날 도착 후 휴식을 취한 선수들은 이날은 잔뜩 흐린 날씨에도 불구하고 모두가 경쾌한 몸놀림으로 훈련에 열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1시간20분간 진행된 이날 훈련은 헤딩슛과 패스 연습으로 굳어진 몸을 푸는 정도의 가벼운 것이었지만 선수들은 시종 진지하기만 했다. 연신 “굿(Good)”을 외쳐대던 히딩크 감독이 “오랜 휴식 끝에 갖는 훈련인데도 다들 몸 상태가 좋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을 정도.
선수들이 이처럼 회복훈련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은 이번 북중미골드컵대회가 월드컵 본선 ‘베스트 11’을 결정짓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이기 때문.
그동안의 훈련을 통해 이미 베스트11에 포함된 것으로 평가받는 선수는 물론 나머지 선수들도 이번에 확실히 베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리겠다는 각오다.
특히 김병지 최용수 황선홍 등 ‘베테랑’들은 물론 최태욱 차두리 박지성 등 ‘젊은 피’의 결의는 남다르다.
튀는 플레이로 눈밖에 났다 지난해 말 미국전을 통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한 GK 김병지는 이날 진지한 모습으로 반발력과 회전력이 높은 월드컵 공인구 피버노바를 육탄으로 방어해 히딩크 감독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역시 한동안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일본 프로축구에서의 맹활약을 발판으로 지난해 9월 나이지리아전부터 날개를 펴기 시작한 최용수는 대표팀 맏형 황선홍과 원톱 자리를 놓고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있다. 황선홍 역시 부상으로 벤치를 지켰던 98프랑스월드컵 악몽을 떠올리며 마지막이 될 월드컵 출전의 기회를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히딩크사단의 샛별로 떠오른 최태욱은 삭발로 ‘잠재적 라이벌’인 설기현과 안정환의 지명도에 ‘무력시위’를 하고 있고 최근 김남일의 상승세에 깜짝 놀란 박지성도 결연한 모습이다. 또 차두리는 아버지 차범근 전 감독 등 부모가 TV 해설과 응원차 미국으로 직접 건너오는 만큼 크게 고무된 표정이다.
그간 베스트11을 조기 확정하지 않는다는 비판에 시달리면서도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던 히딩크 감독. 팀 내 경쟁을 통해 최강의 팀을 만들겠다는 그의 구상은 달라진 대표팀의 훈련 모습에서부터 뚜렷이 나타나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샌디에이고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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