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일이 강도 높은 체력 훈련에 이처럼 기를 쓰며 참가하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 때문이다. 그간의 실수를 두 번 다시 되풀이하지 않으면서 월드컵 16강 진출에 한 몫을 해내겠다는 약속이다.
김남일은 히딩크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대표팀과 인연이 멀었다. 투지와 체력이 뛰어났지만 미드필더로서 패싱력이 떨어졌고 잔 실수가 많았기 때문이었다.
대표팀 2진에 머물던 그는 지난해 8월 대표팀 유럽 전지훈련 때 해외파의 합류가 늦어지면서 행운을 얻었다. 하지만 야망을 품고 나선 체코전에서 ‘뼈아픈’ 실수를 저질렀다. 0-1로 뒤지던 후반 우리 골문을 향해 드리블하다 가로채기 당하면서 어이없는 실점을 허용, 한국팀 대량 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것. 그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지만 히딩크 감독의 시각은 달랐다. 그의 경기 템포 조절 능력과 근성을 높이 샀다. 김남일은 11월 크로아티아와의 두 차례 평가전에서 안정된 플레이와 함께 1골 1도움을 기록하며 신뢰에 보답했고 12월 미국전에서도 상대 플레이메이커 랜든 도노반을 밀착 마크하며 미드필드를 제압, 한국의 승리를 이끌어냈다.
박지성 유상철 등과 같은 수비형 미드필더로서 붙박이 주전 자리를 확보한 것도 이 무렵.
월드컵 본선에서 그의 책임은 막중하다. 포르투갈과 폴란드, 미국과의 승부가 모두 체력을 앞세운 미드필드 장악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훈련에 임하는 그는 ‘구도의 길을 걷는 수행자’와도 같이 치열한 자신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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