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부상 '끙끙' 겉으론 "괜찮아"

  • 입력 2002년 1월 18일 17시 40분


“정말 괜찮아요. 괜히 이상한 눈으로 보지 마세요.”

한국축구대표팀의 최고참 황선홍(34)은 8일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심한 감기몸살에 걸려 고생을 했다. 전지훈련 열흘째인 18일. 홀쭉해진 그의 얼굴을 보며 “훈련이 힘들지 않느냐”고 묻자 눈을 크게 뜬 채 “전혀 문제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이천수 박지성 등 대표팀 막내들보다 무려 13살이나 많은 맏형이지만 요즘 대표팀의 훈련 캠프에서는 단 한순간도 한눈을 팔 생각을 하지 못한다. 그가 아픈 내색조차 못하는 이유는 주전 경쟁이 너무나 치열하기 때문.

최용수 송종국 최태욱 등도 역시 몸이 안 좋은 상태. 하지만 모두들 이를 악물고 훈련에 임하고 있다. “부상이라고 쉬거나 아픈 내색을 하고 있으면 나만 손해예요. 기회를 놓치잖아요.” 몸 상태가 안 좋은 한 선수는 어쩔 수 없지 않느냐는 투다. 거스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어야 월드컵 본선에서 뛸 수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이처럼 선수들의 보이지 않는 주전 경쟁으로 인해 오히려 긴장하고 있는 쪽은 대표팀 코칭스태프. 17일 미국프로팀 LA 갤럭시와의 경기에서 선수들이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좋은 기회에서도 지나치게 몸을 사리는가 하면 자기 영역을 벗어나 너무 의욕적으로 볼을 쫓다 보니 한국 선수끼리 부딪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발생했던 것.

이를 알고 있다는 듯 히딩크 감독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연방 외친다. “실수해도 좋으니 과감하게 슈팅을 하라. 그리고 어떤 플레이를 하든 겁먹지 말라.”

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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