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볼]폭력이 난무하는 농구 코트

  • 입력 2002년 1월 21일 18시 01분


올스타전을 앞둔 주말 경기들.. 원성 없이 깔끔하게 경기들이 치러지나 했지만 그 기대는 무너졌다. 1, 2위를 다투는 팀의 주득점원이 커다란 부상을 입기도 했고 팀 전력의 과반수 이상을 차지하는 용병 선수가 출전 정지될지도 모르는 어마어마한 사건들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정규리그 4라운드 막판인 지금, 1위와 2위를 다투는 팀은 서울 SK나이츠와 대구 동양 두 팀이다. 이 두 팀이 19, 20일 양일간 큰 일을 당하고, 벌렸다. 토요일에는 서울 SK나이츠에서 큰 일을 당했고, 일요일에는 대구 동양에서 큰 일을 벌인 것이다.

우선 SK나이츠의 토요일 경기. SK나이츠는 여수에서 홈팀인 코리아텐더와 4라운드 7번째 경기를 치렀는데, 이 경기에서 SK나이츠의 주득점원이가 플레이메이커인 조상현이 부상을 입었다. 2쿼터 초반 3점슛을 던진 후 착지하면서 수비수였던 정락영의 발을 밟으면서 왼쪽 발목과 무릎이 돌아가 버린 것이다. 다행히 뼈에는 이상이 없다지만, 인대가 늘어나 2주 이상 출전이 불가능 한 것으로 보인다.

정락영은 고의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고 하였지만, 엄연히 수비수가 해야 하는 움직임이 있음에도 그렇게 하지 않은 것은 정락영의 잘못이다. 수비를 할 때, 공격자가 슛을 던지면 수비자는 바로 몸을 돌려 박스아웃을 하는 것과 같은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공격자가 리바운드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도 있고, 슛을 던진 선수가 착지할 때 부상(공격수나 수비수 모두)을 입지 않도록 하는 이유에서도 그와 같은 동작을 하게 되어 있다. 그런데 정락영은 그러한 자세를 취하지 않았다. 쉽게 말해, 수비를 할 때는 공격자와 마주보고 있다가 공격자가 슛을 던지면 그를 등지고 서야 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것이다.

조상현이 3점슛을 던졌을 때, 정락영은 자신의 발을 쳐다보고 있었다. 조상현이 착지할 때 자신의 발위로 떨어질 것이라는 것을 모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한 자신의 부상을 염려해서라도 정락영은 어떤 동작이든 취해야 했다. 하지만 그는 그 어떤 움직임도 없이 그대로 그 자리에 서서 있었다. 결국 조상현은 착지를 하면서 정락영의 발을 밟았고 부상을 입게 되었다. 고의였던 아니었던 간에, 정락영은 발을 빼야 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대구 동양의 20일, 일요일 경기는 안양 SBS의 홈인 안양체육관에서 있었다. SBS를 상대로 3라운드까지 3개의 경기 모두를 승리해 냈던 동양이었지만, 이번 4차전에서는 경기 내내 SBS에게 끌려다니는 경기를 했다. 결과는 75:73으로 동양의 승리로 끝났지만, 동양은 가장 상대하기 쉬운 팀으로 꼽았던 SBS가 자신들을 리드하고 있다는 것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특히, 데릭스가 빠져있는 SBS를 상대하며 국내 선수인 표필상과 매치업이 되어야 했던 마르커스 힉스가 그러하였다.

1쿼터에서부터 좀처럼 5점 이하로 점수를 좁히지 못하던 동양이 3쿼터 막판에 점수를 57:59로 2점차까지 좁히면서 역전의 기회를 노렸으나, 4쿼터에 들어서 점수차는 다시 5-6점을 왔다갔다하기 시작했다. 역전이 될 듯, 될 듯 안되던 동양. 그래서 였을까? 4쿼터 중반 동양의 공격이 실패되고 SBS가 비교적 빠르게 2nd Break를 시도하던 중, 뒤늦게 공격진영으로 가는 표필상의 곁을 지나던 힉스가 팔꿈치로 표필상을 밀치는 행동을 보였다. 거구의 표필상이 코트 바닥에 넘어질 정도였으니, 힉스의 행동은 꽤 과격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공격 속도가 약간 빠르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심판진이 그 모습을 보지 못했던 것인지, 뒤에서 쫓아오던 한 심판은 넘어져 있는 표필상에게 ‘일어나라.’라는 의미의 손동작을 했고 표필상은 별 항의 없이 경기를 계속했다. 자신의 앞서나가고 있는 상황이기도 했고, 이전의 항의를 심판진이 수긍해 주지 않기도 했기에 그리 크게 어필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경기장에 있던 수많은 관중들과 관계자들이 그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중계된 경기이기에 시청자들도 힉스의 행동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Elbow(팔꿈치)를 사용하여 파울을 범할 경우 파울한 선수는 퇴장하는 것이 규정되어 있기에 이번 힉스의 행동이 조용히 넘어갈 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농구 경기는 승/패를 결정지어야 하는 승부 스포츠이고, 프로의 경우 팀의 성적이 금전적인 문제와 직결되곤 한다. 당연히 승리를 위해 경기 자체가 과열될 수도 있고, 뜻하지 않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크게 본다면 프로농구 10개 팀은 KBL이라는 울타리 안에 속해있는 하나의 식구이며 가족이다. 넓지도 않은 농구판에서 선수들 개개인은 서로가 선배이자 후배이고, 친구이자 동료인데..

농구라는 ‘운동’을 하는 집단이니 만큼, 그 구성원들은 몸 하나가 단 하나의 커다란 재산이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것은 일반인들 보다 같은 입장에 서있는 ‘선수’가 더욱 더 잘 알고 뼈저리게 느낄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동료의식이 없는 농구코트..

그것은 생각하기조차 싫은 살벌한 공간일 터이다.

오세정osjtweety@hanmail.net

(제공:http://www.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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