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국가대표팀간 경기(A매치)에서 생애 첫 골을 기록한 게 바로 2000년 이 대회 조별 예선 코스타리카전에서였다. 당시 한국은 같은 조의 캐나다, 코스타리카와 골 득실은 물론 다득점까지 같아 동전 추첨 끝에 예선 탈락하는 불운을 겪었다.
이동국의 ‘불운’도 이 대회에서 싹이 텄다. 대회 개막 직전 오른쪽 무릎과 발목을 크게 다치고도 무리하게 출전을 강행해 이후 1년6개월여를 고생해야 했다. 부상을 의식하게 되면서 볼만 오면 저도 모르게 움찔해 스트라이커의 생명이라 할 슈팅 타이밍이 반박자 느려진 것. 그로부터 2년. 이동국은 이제 이 대회에 축구 인생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게 됐다.
선배 황선홍과 최용수가 25일 소속팀 메디컬체크를 위해 일본으로 떠나면서 멕시코와의 대회 8강전 이후부터는 그의 몫이 됐고 이번 기회마저 잡지 못하면 2002월드컵 엔트리에조차 들지 못할 위기에 처하기 때문이다.
이동국은 대표팀 내 스트라이커가 넘치는 상황에서 부상과 슬럼프 기간이 너무 길었고 지난해에는 컨페더레이션스컵 대표팀서 탈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도 오른쪽 발목을 다시 다쳐 2주간 재활 훈련을 했다.
다행히 이동국은 24일 대표팀 자체 연습 경기에서 완연한 회복세를 보였다. 수비에도 적극 가담하는 열성을 보인 것은 물론 슈팅에도 탄력이 붙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이 크게 골네트를 출렁일 때마다 코칭스태프는 “굿”을 외치며 박수를 쳤다.
연습경기가 끝난 후 이동국은 “현재 정상 컨디션의 70∼80% 수준이지만 대회 전까지 100% 끌어올리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멕시코와의 8강전에 대해 “24일 쿠바전 때도 벤치에서 우리 공격 라인의 움직임을 유심히 지켜봤고 나름대로 보완점을 생각해두고 있다”며 “한국이 남미축구엔 유난히 강한 면모를 보여왔고 자신도 있는 만큼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
98프랑스월드컵 때 19세의 어린 나이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끌던 네덜란드 골문을 향해 대포알 같은 슈팅을 날렸던 이동국. 그가 이제 히딩크 감독의 품안에서 다시 월드컵 무대에 설 수 있을지 팬들은 주목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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