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의 얼굴에 더러 웃음도 보였으나 전체적인 분위기는 쌀쌀한 날씨만큼이나 무거웠다. 선수들과 섞여 패스를 주고받던 거스 히딩크 감독은 시종 농담을 해가며 대표팀에 드리운 쿠바전 뒷그림자를 털어내려 노력했지만 취재진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쿠바전이 끝난 후 깊은 생각에 잠기며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와도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도 대표팀 ‘버팀목’이었던 일본 J리그 진출 ‘3인방’이 소속팀으로 돌아가고 이동국 최태욱 최성용 등 엔트리에 새로 합류한 선수도 이제 갓 부상에서 회복된 상황이어서 그다지 신이 날 일이 없었다. 주전 이천수와 김태영마저도 쿠바전에서 가벼운 부상을 해 조깅화만 신고 걸어다니며 회복 운동에 전념했다.
한국팀 훈련을 지켜본 현지 축구 전문기자들은 이런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실패는 언제든 있을 수 있다”며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축구다운 축구를 한다”고 격려했다. 로스앤젤레스 스페인어 신문인 ‘라 오피니온’ 미구엘 곤살레스 기자는 “쿠바전을 통해 한국은 새로운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강한 추진력을 얻었다”고 해석하기도 했다.
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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