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전국 파친코점의 90% 이상이 가맹한 한 파친코단체는 지난 가을 2002한일 월드컵기간 동안 새 기계교체를 자제하기로 결정했다.
‘월드컵을 후방에서 지원하자’는 것이 주된 이유.
파친코와 월드컵. 언뜻보면 아무 상관이 없어 보이는 둘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일본 유흥사업협동조합 연합회(일유연)가 전체 이사회에서 이런 결의를 한 것은 지난해 9월 20일. 이 결정은 경찰청에도 보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새 파친코기계를 들여놓는 가계에는 통상적으로 관할경찰서에서 2, 3명의 경찰관을 파견한다.
경찰관들의 임무는 새 기계가 사행심을 부추기는 불법 영업용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가를 조사하는 것.
일반적으로 파친코점은 월 평균 1회, 많게는 매주 새 기계를 들여놓고 ‘왕대박 새기계 입하’등의 문구로 손님을 끌어모은다.
후쿠오카현의 한 경찰관은 “대부분의 경찰서에서 하루 평균 3, 4개 파친코점을 검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유연의 우치다호 사무국장은 업계가 자숙을 결의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전국 1만7000여 파친코점이 월 1회 새 기계를 교체하고 가계마다 경찰관 2명만 입회한다고 가정해도 3만4000여명의 경찰관이 필요하다.하지만 그 인력을 지역 치안에 투입한다면 월드컵에 도움이 될 것이다.”
경찰도 환영하는 분위기.
오사카 경찰 보완과에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월드컵 기간에는 할일이 무척 많다. 파친코점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된다면, 많은 경찰관을 치안유지에 투입할수 있다”며 반겼다.
오사카의 경우 약 1230개의 파친코점이 있다. 특히 오사카는 잉글랜드의 경기가 열릴 예정이어서 오사카 경찰은 최고의 악명을 떨치고 있는 잉글랜드 훌리건들의 난동을 막기위해 많은 경찰력을 확보해야 한다.
전국 파친코점의 결의에도 불구하고 모든 가게가 동조할지는 확실치 않다. 파치코점간 생존 경쟁이 심하고 조합에 가입하지 않는 가게도 있기 때문.
한편, 사실상 2달동안 새로 개발한 기계를 출하할수 없게된 파친코 메이커들은 곤혹스런 입장을 감추지 못했다.
21개의 제조업체게 모여 만든 ‘일본 유흥기기 공업 조합’은 “협력 요청이 있었다. 취지는 알겠다. 하지만 5월전에 수요가 폭증할 것을 예상하더라도 2달은 곤란하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아사히닷컴 정리=민진기동아닷컴기자jinki200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