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빙상계에서는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의 전명규 감독(39·사진)을 이렇게 부른다.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한 종목에서만 무려 9개의 금메달을 일군 지도자이니 ‘경이의 대상’일 수밖에 없다.
2월9일(한국시간) 개막하는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에서 한국의 ‘전략 종목’은 쇼트트랙이다. 한국의 금메달 수는 물론 종합순위를 좌우할 것이기 때문이다.
쇼트트랙은 선수의 기량도 중요하지만 감독의 지략 싸움이 승부의 큰 변수로 작용한다.
대회를 앞두고 고지 적응훈련을 위해 31일 선수단을 이끌고 떠나는 전 감독을 만났다.
-고지대 훈련은 왜 필요한가.
“98 나가노대회 때도 했지만 고지대 훈련은 선수들의 심폐기능을 크게 강화시켜 장거리 경기에서 효과를 많이 본다. 대회가 열리는 솔트레이크시티의 경기장은 해발 1350m에 위치해 있어 더욱 필요하다. 이번엔 해발 1800m 고지의 콜로라도로 가는데 날씨도 알맞고 빙질도 좋아 훈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곳이다.”
-98 나가노대회에선 전이경과 김동성이 ‘스케이트 날 밀어 넣기’로 금메달을 따냈다. 이번 대회에선 다른 비책이 있는가.
“당시 중국에선 ‘왜 우린 저런 방법을 생각해내지 못했느냐’며 선수단을 크게 질책했다고 들었다. ‘스케이트 날 밀기’는 쇼트트랙 기술 중의 하나인데 다른 팀은 크게 신경을 안 썼던 부분이었다. 이제는 거의 모든 팀이 이 방법을 훈련하고 있다. 올해 대회에선 어떤 상황에서도 이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상황별 전술’에 비중을 많이 뒀다. 예를 들면 앞서가는 상대를 따라 잡을 때 안쪽으로 파고들 것인지 바깥쪽으로 제칠 것인가 하는 것 등이다. 선수들에게 ‘마인드 컨트롤’과 자신감 키우기도 많이 주문하고 있다.”
-선수들의 몸 상태는….
“남자팀의 김동성이 두 차례 수술을 받은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끼고 있어 약간 불안하다. 지난해 11월 팔이 골절된 여자팀의 고기현은 회복 중인데 현재 70∼80%의 컨디션이다.”
-외국에선 한국팀이 몸싸움 등으로거칠게 경기를한다는지적이 있는데….
“한국 선수들은 체력과 체격 등 모든 면에서 외국 선수들에 뒤떨어진다. 이를 극복하는 것은 오직 정신력 하나 뿐이다. 거칠게 경기를 하라고 지도하진 않지만 선수들 스스로 ‘악바리 정신’으로 파이팅을 발휘한다. 남들처럼 ‘즐기는 훈련’으론 결코 정상에 갈 수 없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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