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 마저 패한 한국 선수들과 교포 응원단은 고개를 떨군 채 그라운드를 떠난 반면 이어 열린 경기에서 코스타리카를 완파하고 우승을 차지한 미국 선수들은 모처럼 강한 햇살이 내리쬐는 스탠드를 향해 두팔을 번쩍 치켜들었다. 2만여 미국 홈관중은 월드컵 16강 진출을 이미 확정짓기라도 한 듯 환호로 화답했다.
주전 선수의 줄부상과 난타 당한 골 결정력 부족…. 이번 대회가 한국축구대표팀에 악몽이었다면 새내기들을 맘껏 테스트하면서도 한국의 기를 꺾고 우승을 차지한 미국엔 축복의 무대였다.
하지만 월드컵이 ‘목표’라면 골드컵은 ‘과정’이다. 한국이 이번 대회에서 승승장구 우승했더라면 숱한 과제와 문제점을 덮어둔 채 월드컵을 맞이했을 것이란 가정도 유효하다.
브루스 아레나 미국대표팀 감독은 우승을 확정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지난해 12월 서귀포 평가전과 이번 골드컵 경기 결과가 월드컵 본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그 역시 ‘공은 둥글다’는 경구를 놓치지 않고 있었다.
어쨌든 한국대표팀은 지금 극도로 위축돼 있다. ‘라이언킹’ 이동국은 “스트라이커들이 왜 자꾸 찬스에서 볼을 미루느냐”는 질문에 지친 표정으로 “실수에 대한 공포가 슈팅 순간 무의식적으로 뒷덜미를 당긴다”고 답했다.
송종국은 “일본의 천재 플레이메이커 나카타도 열번에 아홉번은 실수한다. 하지만 주변에서 실수를 인정하고 격려하기에 단 한번의 ‘킬링 패스’를 노리고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펼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대표팀은 선수들이 먼저 ‘16강이 가능하다’고 했을 정도로 자신감에 넘쳐 있었다. 그리고 지금은 고개를 떨구고 있다. 급격히 지쳐버린 대표팀에 가장 필요한 것은 ‘전력강화’와 ‘사기진작’. 과연 묘책은 없는 것일까.
로스앤젤레스〓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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