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 경기 포천 이동면. 등반학교를 운영하는 산악인 김용기씨(50)가 높이 35m의 빙벽을 향해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고함을 치고 있었다. 절벽에 인공폭포가 설치 돼 있어 겨울이면 거대한 빙벽이 생기는 이 곳은 김씨가 수강생을 지도하고 있는 스릴만점의 현장이다.
빙벽에는 수명의 빙벽타기 수강생들이 마치 ‘고목나무의 매미’처럼 붙어있다. 아이젠과 헬멧을 착용하고 얼음을 찍고 올라갈 때 쓰는 아이스바일 등으로 중무장한채 빙벽에 붙어 있는 주부 이애숙씨(46)와 민경원씨(37.서울 예원학교 교사).
이씨는 두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산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후 여유가 생기면서 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너무 높아 무서워만 보였던 암벽도 서서히 등반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3년. 지난해 1월부터는 드디어 빙벽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얼음을 팍팍 찍을 때의 쾌감이 유별난 것 같아요. 체력적으로도 많이 단련이 되고요.”
이씨는 빙벽등반에 재미를 붙인 뒤에는 설악산 대승, 소승폭포 등 유명한 빙벽코스를 올랐다. 주변에서는 “왜 그렇게 위험한 운동을 하느냐”며 걱정을 많이 했다. 하지만 빙벽에 매달리면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몸을 움직여야하므로 고도의 집중력이 생겼다. 이것은 일상생활에서는 쉽게 경험해보지 못한 것. 게다가 살도 빠지고 저혈압증세도 많이 좋아졌단다.
이씨와 함께 수강을 받고 있던 민씨. 자신을 가르쳤던 산악인 신상만씨가 인도에서 추락사한 사실을 떠올리며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저도 추락에 대한 공포감이 있습니다.하지만 살아서 죽음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요. 우리는 모두 살아있을 때는 죽음을 알 수 없으니까요” 그는 위험과 공포를 극복하는 과정을 ‘철학적’으로 표현했다. 그만큼 그에게는 등산이 갖는 의미가 커보였다.
이달말 알프스등반여행을 떠나는 그는 등산을 “가장 저렴한 비용으로 가장 확실하게 스릴을 느끼게 하는 일상탈출의 통로”라고 했다.
수강생들이 빙벽등반도중 자주 멈칫거리자 김씨가 직접 빙벽을 올랐다. 한참을 오르고는 갑자기 빙벽에서 두손을 모두 놓아버렸고 몇m 아래로 추락하다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렸다. 안전장치가 있으니 너무 불안해 하지 말라는 제스처였다.
흔히 빙벽등반을 위험하다고만 여기는데 안전수칙만 잘 지키면 위험을 사전에 막을수 있다는 것. 게다가 일반적인 등산보다 큰 스릴과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성취감도 더 크다. 한 수강생은 이렇게 말했다. “빚이 한 10억 있어도 한 순간에 다 잊습니다.”
김용기 등산학교 02-703-6969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빙벽등반 삼한사온의 겨울철 사온 이틀째가 가장 좋아
빙벽 등반은 언제 하는 것이 좋을까. 김용기씨의 설명에 의하면 국내에서 빙벽등반을 하기 가장 좋은 때는 1월과 2월. 기온은 영상 1도에서 5도사이. 특히 국내 겨울철 기온 특징인 삼한사온 중 사온이 시작되면서 이틀째 되는 날이 좋다고 한다. 이 때에 얼음이 부드러워져 얼음을 찍고 안전물을 확보하기 좋기 때문이라고 한다.
기온이 너무 낮아 얼음이 강하게 얼어있을 때는 아이스바일이며 아이젠 등이 잘 안박히는데다 얼음덩어리가 크게 덩어리져 떨어지기 쉽다는 것. 빙벽등반시에는 아이젠 빙벽화 아이스바일 안전벨트 헬멧 장갑 하강기 안전고리 등의 장비가 필수. 특히 사전교육을 철저히 받고 등반에 임해야한다.
등반할 때는 단독 등반은 피하고 2,3인이 1조가 돼서 등반하는 것이 좋다. 또 너무 난이도가 높은 빙벽은 피하고 자신의 실력에 맞는 빙벽을 골라야한다. 평소에 턱걸이를 하거나 앞발로 계단을 오르 내리는 것이 등반할 때 많이 쓰는 팔힘과 발 앞꿈치 힘을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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