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운용(金雲龍) 대한체육회장,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에 이어 한국의 3번째 현역 IOC 위원(역대 8번째)이 된 박 회장으로서는 1982년 대한유도회 부회장으로 체육계와 인연을 맺은 뒤 20년 동안 품어온 ‘꿈’을 이룬 셈이다. 박 회장이 이날 신임 IOC 위원 선서를 하는 동안 평소 유창한 영어실력에도 불구하고 말을 제대로 이어가지 못한 것도 기쁨이 남달랐기 때문인 듯했다.
고 박두병 두산그룹 2대 회장의 3남인 박 회장은 한번 뜻을 둔 일은 반드시 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95년 승산이 없다던 IJF 회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총회가 열린 일본 도쿄(東京) 마쿠하리 프린스호텔에서 참모들에게 “선거에서 이기지 못하면 서울 갈 생각을 말자. 모두 호텔 창 밖으로 뛰어내리자”며 독려한 끝에 당선된 것은 유명한 일화. 박 회장의 집무실에 걸린 좌우명도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다.
박 회장은 현재 두산중공업 회장과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구단주 등 국내외 70여개 단체에서 중요한 직책을 맡고 있다. 이처럼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생활 중에서도 틈틈이 익힌 사진촬영과 컴퓨터 실력은 전문가 수준. 세계 곳곳을 다니며 찍은 사진을 모아 ‘세계의 가볼 만한 곳 101곳’이란 사진전을 열기도 했고 미국 유학시절 익힌 컴퓨터 실력으로 ‘두산세계대백과CD’ 제작을 진두지휘하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는 앞선 구조조정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기업 구조조정의 전도사’란 별명을 얻은 바 있는 박 회장은 일본의 입김이 드센 세계 유도계에 컬러 유도복 도입 등 개혁을 주도하며 IJF 회장에 재선돼 IOC 위원 선임의 발판을 마련했다.
박 회장의 IOC위원 임기는 IJF 회장 임기가 끝나는 2005년 10월까지지만 IJF 회장에 재선될 경우 IOC 위원 임기도 연장된다.
박 회장은 “IJF 회장 자격으로 당선됐으니 유도를 통한 올림픽운동에 힘쓸 것이며 국제 스포츠 무대에서 한국 관련 현안 해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상호기자 hyangs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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